경북·대구 행정통합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지역 정체성 훼손, 행정 혼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분리된 체제가 과연 지역을 지켜내고 있는가.현실은 정반대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늙고, 청년은 떠난다. 경북과 대구는 이미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소멸의 궤도에 올라 있다. 이 상황에서도 ‘현 체제 유지’가 답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대구와 경북은 행정만 나뉘어 있을 뿐 이미 하나의 도시권이다. 출퇴근, 교육, 의료, 소비, 산업 공급망이 모두 얽혀 있다. 그런데 정책과 예산, 계획은 경계선에서 끊긴다. 이 비효율을 수십 년간 반복해 온 결과가 지금의 침체다.통합 반대론자들은 ‘중앙 집중’을 우려한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중앙집중 구조다. 대구 따로, 경북 따로 중앙정부 눈치만 보며 같은 사업을 중복 기획하고, 같은 예산을 두고 경쟁하다 함께 탈락한다. 통합은 권한을 키우는 선택이지, 빼앗기는 선택이 아니다.광역 단위의 행정과 재정, 산업 전략 없이는 더 이상 국가 정책의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공항, 철도, 항만, 산단, 연구 인프라는 이제 ‘규모’가 곧 경쟁력이다. 경북과 대구가 각자 목소리를 내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여기에 인구 구조의 변화는 더욱 가혹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초광역 협력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데, 경북·대구만 과거의 행정 경계를 붙들고 있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이다. 경쟁 지역이 움직이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선택하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일이다.미래 산업은 더 냉정하다. 반도체, 이차전지, AI, 바이오 산업은 단일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연구개발, 실증, 인력, 정주 환경이 하나의 권역에서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통합 없는 육성 전략은 선언에 불과하다.청년 유출 문제 역시 통합 없이 해결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 문화, 교육, 주거가 한 권역 안에서 순환되지 않으면 청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통합은 청년에게 ‘머물 이유’를 만드는 최소 조건이다.물론 통합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통합 없이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은 더 설득력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다. 정체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지역 소외를 걱정한다면 통합을 막을 것이 아니라, 통합 이후의 분권 구조를 요구해야 한다. 동해안과 농산어촌, 산간 지역을 보호할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진짜 해법이다. 반대를 외친다고 지역이 자동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오히려 통합을 통해서만 지역별 기능 분담과 전략적 투자가 가능해진다. 산업은 산업대로, 정주는 정주대로, 농어촌은 농어촌대로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지금처럼 모두가 조금씩 나눠 갖는 구조는 모두를 약하게 만든다.정치권의 계산도 문제다. 통합 논의를 선거용 이슈로 소비하거나, 주민 갈등을 자극하는 방식은 무책임하다. 통합은 누군가의 정치적 득점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 문제다.경북·대구 통합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생존 전략이다. 선택을 미룰수록 비용은 커지고, 기회는 줄어든다. 변화가 두려워 현 상태에 머무는 순간, 지역의 미래는 조용히 사라진다.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통합할 것인가, 아니면 소멸을 관리할 것인가. 경북·대구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