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옹화구의 노옹(老翁)은 남자 노인을 말하고, 화구(化狗)는 개로 화(化)한다는 것으로 몸체가 동물인 개로 변하는 것 즉, 노옹화구는 남자 노인이 개로 변신(變身)하여 비생화학적 현상을 일으키는 말이다.    변신은 몸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며 변신술은 몸의 모양이나 태도 따위를 바꾸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신체 형태 변화, 신분·태도 전환까지를 포함하며,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마법·술법에서는 사용자가 다른 인간·동물·물체 등으로 몸을 바꾸는 기술을 의미한다. 또한 현대 판타지 게임·소설에서는 변신술을 마법 범주(kategorie)로 정의하고, 속성·요소와 결합하여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인간이 다른 동물로 변신할 수 없는 일이며, 오늘날 AI를 이용한 영상(映像)에서 보여주는 디양한 조작적 현상이다. 고전적·역사적 측면에서는 변신술은 술법·마법을 뜻하는 신기한 고어로 사용되었으며, ‘신술(神術)’·‘강신술(降神術)’ 등과 연계하여 초자연적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었다. 한국 신화에 나타나는 변신술은 변신하는 존재의 성격에 따라 신이 아닌 존재가 신으로 변신하거나,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으로 변신하며, 자연물이 아닌 존재가 자연물로 변신하는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인간이 신격으로의 변신은 신과 인간의 소통이라는 무속적 세계관과 이상을 반영하고, 왕의 신격으로의 변신은 신화의 주인공이 신성을 회복하거나 강화하는 것이며, 천손이 왕으로 변신하는 것은 신성한 군왕이 나타나서 천상의 질서를 인간세계로 이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왕으로 변신하는 경우는 변신을 통해 주어진 존재론적 한계와 시련을 극복해서 극점인 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드러낸다. 자연물에서 인간존재로의 변신은 원시적 자연 세계에서 문명·문화의 세계에 편입이라는 의미와 인간 존재의 근원이 바로 자연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신라 설화 가운데 변신에 관한 '노옹화구'가 전해오고 있다. 이 설화는 한 노인이 김유신의 집에 오자 김유신이 안으로 데리고 와서 자리를 펴 놓고 “옛날같이 변신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노인은 범이 되었다가 다시 닭이 되고 또 매가 되고 개가 되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김유신은 신라 진평왕부터 문무왕까지 5명의 왕을 섬긴 금관가야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 김구해의 증손자이다. 성골 왕통의 단절로 인한 극도의 정치 불안정 속에서 신라군을 이끌고 고구려와 백제를 상대로 한 대규모 양면 전쟁에서 몇 번이나 두 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삼한 통일의 대업을 이룬 신라군의 사령관이다. 이 설화에서 보여준 다양한 변신술은 「동명왕 신화」와 「김수로왕 신화」에도 나타난다. 「동명왕 신화」에서는 해모수와 하백이 하백의 딸 유화를 차지하기 위하여 변신으로 대결해서 해모수가 이겼으며, 「김수로왕 신화」는 김수로왕이 석탈해와 왕위를 놓고 변신으로 다투어 수로왕이 이겨서 왕위를 유지하게 된 내용이다. 이와 같은 능력의 대결은 서로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부족국가 시대의 실상이 신화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노옹화구의 설화는 삼국 시대의 용장으로 많은 비범한 행적을 남긴 김유신이었던 만큼, 그 앞에서의 변신술의 연출은 한편으로 김유신과의 대결의 양상을 띤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름도 없는 노인이 예전에 탁월한 지배자가 지녔던 도술적 능력을 갖추어서 범, 닭, 매, 개로 변신한 것으로 보아 평범한 백성도 이런 잠재적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윤상(倫常)을 모르는 하등동물로 변신한다는 것은 좋은 변신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 세평에 의한다면 조소적(嘲笑的) 이야기라고 여겨지긴 하지만 가정에서의 개의 존재적 서차(序次)가 가장(家長)을 앞선다고 하니 차마 듣기 거북한 웃기는 농언이다. 국내∙외적으로 소란한 정세에 대해 걱정하는 세인들이 대체로 설득력 있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서 노옹화구의 도술적 능력을 구유(具有)한 듯하다. 그러나 TV 화면에서 시끄럽게 방영되고 있는 장면과 같이 사람들이 신분과 태도 등에 맞지 않는 처신을 하여 개보다 못한 후순위로 평가된다면 그들은 신라 설화 노옹화구에서 의미하는 지성적 초능력을 인정받기보다 하등동물로 취급된 부끄러운 변용화구(變容化狗)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어떠한 경우라도 만물지중(萬物之衆)에 최귀(最貴)한 존재적 가치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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