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전령사 가운데서도 유독 기다려지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행복의 전령사’일 것이다. 경주문맥 제25호는 바로 이번 제호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학의 언어로 행복의 기척을 먼저 전해준다. 경주문맥동인회가 스물다섯 번째 동인지 '행복의 전령사'를 묶어냈다. 이번 호에는 시, 수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이 고르게 실리며 경주라는 장소성 등과 한국 문학의 원형에 대한 사유가 한 권에 응축돼 있다.   시 부문에는 김명석, 김경애, 장인회, 윤기일, 진용숙, 황영선, 김정영이 참여했고 수필은 배문경, 이상협, 장숙경, 정서윤이, 소설과 수필은 유미경이 동인지를 장식했다. 이번 호 시 부문에서 김경애는 '폐사지에서 풍경 읽다', '삼킨 한 꽃 피운 어머니', '목간 -나무 쪽에 쓴 편지-', '노을 젖은 황룡사터' 등을 통해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김명석은 '서라벌 서정 8669·8674', '서라벌 서정 8675·8676', '서라벌 서정 8677·8678' 연작으로 서라벌의 시간층을 시적 언어로 복원한다. 김정영은 '홀씨', '무장사 풍경', '원이 엄마의 미투리', 등을, 윤기일은 '수평선 위에서 마음을 꿇고', '첫눈 내리는 첫새벽에', '지렁이 일기 63·64' 등을 실었다. 장인회는 '아주 부끄러운 말', '씨앗의 시', 거울등을 안다'를, 진용숙은 '풍경', '여승', '거미'를, 황영선은 '거조암', '먹바우 전설', '열암곡 발굴지에서' 등을 각각 선보인다.수필 부문에서 배문경은 '왕릉에서'와 '화양연화'를, 이상협은 '슬픈 날의 그림자, 고시네'를, 장숙경은 '인생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질량불변의 법칙'을, 정서윤은 '다시 겨울의 정원에서'를 통해 삶의 결을 차분히 짚는다.   “바다로 이어지는 송림길을 따라가며 당신과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캔버스 안에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그림을 그렸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두근거리는 심장 빛깔로 오래오래 화폭을 채워 나갔다.” -유미경의 단편소설 '여름과 겨울 사이의 문장' 중 한 대목.   유미경은 단편소설 '여름과 겨울 사이의 문장'을 비롯해 '병동 24시', '여름의 기억' 등 수필을 실었고 류만상은 '서라벌의 기억 그 세월을 품고 살다 간 文士들의 일화'를 통해 김동리 소설가, 이근식 시인, 원형갑 평론가, 하근찬 소설가, 서영수 시인, 양문길 소설가 등 경주에서 세월을 품고 살다 간 문사들의 일화를 정리한 ‘문인 열전’을 전재해 실었다. 이 책의 머릿글에서 류만상은 향가를 ‘K-브랜드의 원조’로 규정하며 경주문맥의 과제를 분명히 했다. 그는 2025년 APEC의 성공적 유치로 다시금 위상이 높아진 경주를 언급하며 "이곳에서 태동한 신라 향가가 한국 문학의 독창적인 원형이자 그 깊이와 아름다움에서 독보적인 장르로 재조명돼 왔음"을 짚는다.그러면서 "향가는 삶의 법칙과 맞닿아 오늘날의 생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시문학적 가치로 기능하는 보배로운 문화유산이며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주객 공유의 개념을 일체 사상으로 통합함으로써 서정과 서사의 확장을 추동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은 오늘날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른바 K-브랜드의 저력과도 맞닿아 있으며 이두·향찰·각필·구결 등 한문 공유 체계가 한글 창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또한 함께 제시하면서 경주문맥 동인들이 향가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치는 다짐을 ‘빛은 동방에서, 서라벌에서’라는 기치로 요약했다. 경주문맥동인회는 시인과 수필가, 소설가들이 뜻을 함께해 2000년, 야심 찬 의욕과 선언 속에 작은 공동체 동아리로 출발했다. 어느덧 스물다섯 번째 동인지를 펴내기까지 문맥은 농밀하고 질감 높은 문학을 지향하며 꾸준한 예술적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문학이 있는 한, 그 영역을 지켜내려는 천착은 멈추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동인회는 천년 신라 향가의 맥을 잇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새로운 문학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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