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앞두고 봄의 전령사 같은 펜화 전시가 열린다. 펜 끝으로 복원된 경주의 전통건축물이 검은 잉크의 숨결로 되살아났다.    산수를 훌쩍 넘긴 ‘취연(醉硯)’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전 경주문화원장)이 펜 하나로 수만 번의 선으로 쌓아 올린 기록이 경주 문화유산에 대한 헌사로 읽히는 펜화전이 열린다.    손원조 관장의 제3회 펜화전시회가 오는 3일부터 8일까지 경주문화관 1918(옛 경주역)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펜과 만난 경주 전통건축물’을 주제로 전통문화유산 펜화 40여 점과 함께 50여 년간 수집해온 입춘첩 70여 점을 아울러 선보인다. 전시 작품들은 경주를 중심으로 한 국가지정문화재와 주요 유적들이다. 국보 불국사 범영루를 비롯해 석굴암 본존불, 첨성대, 보물 양동마을 관가정과 옥산서원 무변루, 사적 경주읍성의 야경, 천연기념물 양남 주상절리까지 경주의 상징적 풍경들이 펜화로 재현됐다. 여기에 숭덕전·숭혜전·숭신전과 내남면 용장서원 등 제향 공간도 섬세한 선묘로 담아냈다. 천년 도시 경주를 사랑하는 한 원로의 애정과 기록 정신이 농밀한 선으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또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경기도 광주시의 침괘정, 남양주시 정약용 선생의 사당 문도사 등 전국 각지의 전통건축물과 서원, 제실을 그린 작품들도 함께 전시돼 펜화라는 단일한 표현 방식으로 한국 전통건축의 미학을 조망하게 한다.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입춘첩(立春帖) 특별전이다. 손 관장이 지난 50여 년 동안 해마다 입춘 무렵 모아온 지역 서화가 30여 명의 글씨와 그림 70여 점으로, ‘집집마다 경사와 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는 선조들의 새해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천 한영구, 효범 정수암, 남령 최병익 선생의 서예 작품과 고(故) 한종환, 이재건 선생의 신춘원단 그림 등이 전시 기간 중 입춘일에 맞춰 공개된다.손 관장은 1970년대 초부터 신문과 방송 현장에서 50여 년을 활동해온 경주 출신 원로 언론인이다. 제6대 경주문화원장을 지냈으며 2019년에는 경주읍성 인근에 경주벼루박물관을 개관해 운영 중이다. 81세에 본격 입문한 펜화 분야에서 신라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1회, 포항불꽃미술대전 4회 입선 등 꾸준한 성과를 거두며 ‘늦깎이 작가’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그는 “검은 잉크 단색과 펜촉 하나로 표현하는 펜화의 특성이 고졸하고 담박한 전통건축물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며 “사진으로만 보던 문화유산을 내 손으로 직접 기록하고 싶었다. 값진 유물과 유적을 남기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람객들이 ‘사진보다 더 섬세하다’고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펜을 잡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앞으로도 펜 끝으로 문화유산을 기록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정풍회와 경주손씨 경주종친회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경주문화관 1918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경주취연벼루박물관(010-3508-4676)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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