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 수록 생각이 샤프해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못한듯하다. 젊은 날과 달리 두려움이 많아져서이다. 그래서 노파심도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수 년 전, 에스컬레이터를 탈 땐 자연스럽게 그 위에 발을 올려놓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것을 사용하려면 선뜻 발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머뭇거리곤 한다. 빠르게 작동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자칫 잘못 밟았다가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젊은 날과 달리 매사 조심스러워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형국이랄까. 이로보아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이 맞는 성 싶다. 오죽하면 ‘노인 사용 설명서’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회자 될까. 그러나 젊을 때는 필자 자신의 노후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한 적이 없었다. 또한 요즘처럼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 시절엔 두려움도, 기우도 없었다. 무슨 일이든 자신 만만 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엔 주위 노인들께서, “나이 먹으면 몸도 쇠약해지지만 기억도 희미해지고 매사 열정도 사그라든다”라는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듣곤 했었다. 또한 노인들이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 하는 것을 보고 ‘성격이 소심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한마디로 노인 심리 및 건강 상태에 대해선 피상적으로 만 느꼈을 뿐이다. 그러나 필자가 노년을 맞고 보니 요즘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노화만큼은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선적으로 젊은 시절과 다르게 마음이 약해지는 게 문제이다. 지난날 여자로선 강단이 세다고 자부해 왔었다. 이젠 이 또한 옛날 일에 불과 하다. 어떤 일에도 오랜 숙고(熟考) 끝에 신중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러나 이즈음, 젊은 날엔 외면했던 타인이 겪는 삶의 애환에 자신도 모르게 연민을 느끼기 예사이다. 며칠 전 일이다. 동네 마트를 다녀오다가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잠시 어느 커피숍 앞에서 숨을 고를 때이다. 간판을 보니 수 년 전 여름 어느 날 두 청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았던 바로 그 커피숍 앞이었다. 겨우 탁자 2개가 놓여 있을 정도로 비좁은 가게이다. 그 때 전에 없었던 점포라서 눈여겨봤었다.
2년 전 여름 어느 날이었다. 이곳을 지나칠 때 일이다. 폭염에 비지땀을 흘리며 이곳 가게 개업을 서두르는 듯한 청년들 모습이 그날도 왠지 안쓰러웠었다. 무엇보다 바로 옆 가게엔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 법한 유명 프렌차이즈인 대형 커피숍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환경에 바로 그 옆에서 개업을 하는 그들이 염려스러웠다.
물론 두 청년이 판매하는 커피 맛이 옆 건물에 위치한 커피숍 맛을 능가한다는 소문만 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옆 가게보다 특출 난 맛으로 고객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경쟁력은 있을 법 해서다. 그러나 그곳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커피 맛이란 소문은 끝내 나지 않았다.
며칠 전에도 그곳에 발길을 멈추고 서서 한동안 가게 안을 유심히 살펴봤다. 하지만그 가게 안엔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매우 한산 했다. 가게 안에서 분주히 커피를 내려야 할 젊은이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 옆 넓은 홀 커피숍엔 1, 2층이 전부 많은 손님들로 꽉 찬 게 유리창을 통하여 확인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몇 년 전 처음 그곳 커피숍을 개업할 때 보았던 젊은 두 청년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 거렸다. ‘점포 세나 제대로 내고 있을까? 그곳을 찾는 손님이 눈에 안 띄는데 가게 운영은 어떻게 할까? ’ 라고 걱정을 했다.
무엇보다 그들 업종 선택에 아쉬움이 앞섰다. 바로 지척에 커피숍이 있잖은가. 그렇다면 그곳에 소규모 커피숍 가게를 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인들은 프랜차이즈, 즉 메이커를 선호하잖은가.
그날 낮에 본 동네 작은 커피숍 사정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 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필자에게 다정도 병이란다. 타인 일에 별의별 걱정을 다한다며 핀잔을 준다. 그녀 말 대로 필자는 너무 정이 넘치는 것일까? 하지만 남의 일일지언정, 그 커피숍 영업 이익이 저조한 것은 불보듯 뻔 한 일이잖은가. 그래서인지 그들이 겪는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짠했다.
  필자라도 그곳 커피숍에 자주 들려서 커피를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