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馬)의 해다. 십이지(十二支) 중 7번째인 오(午)가 왜 말(馬)띠가 되었을까? 오(午)가 하루 중 오전 11시~오후 1시를 가리키며, 말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와 동물이라는 상징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馬)은 이 오(午)의 기운을 몸으로 살아내는 존재다. 말(馬)하면 잊지 못할 영화가 있다. 벤허(BEN HUR)다. 로마 시대, 형제와도 같은 친구(메살라)의 배신으로 가문의 몰락과 함께 한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유대인 벤허의 위대한 복수를 그린 대서사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그 영화의 백미이자 영화사에 길이 남은 장면은 전차(마차) 말 경주 장면이다. 말은 달린다. 멈추기보다 전진하고, 머무르기보다 이동한다. 인류는 말을 통해 공간의 한계를 넘어섰고, 문명은 말의 발굽 소리를 따라 확장되었다. 그러나 말은 단순한 속도의 상징이 아니다. 말은 길들여야만 함께 갈 수 있는 힘이다. 고삐를 잃은 말은 위험하고, 숨을 읽지 못한 기수는 말과 함께 쓰러진다. 이는 힘 그 자체보다 조율과 방향이 중요함을 말해 준다. 약 6000년 전 가축화가 되면서 말은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 역할을 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이동 속도와 거리를 획기적으로 바꿨으며 농업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역로 확장 등 문화 교육 촉진에도 역할을 했다. 이제는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동반자로 최근 그 유대감의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고 있다. 말(馬)은 깊은 눈망울만큼이나 섬세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말이 사람 목소리 톤이나 표정만 보고도 사람 기분을 알아챈다는 사실은 각종 선행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뿐 아니라 사람의 '땀 냄새'만으로도 속마음을 읽어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해외 학술지 ‘플로스 원’의 논문에 따르면 말(馬)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느꼈는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서운 영화를 본 이들의 땀 냄새를 맡았을 땐 말의 심박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람에게 잘 다가오려 하지도 않았다. 반면 즐거운 영화를 본 참가자 땀 냄새를 맡은 말들은 심박수 변화가 적었다. 실험자에게 먼저 다가가 코를 비비는 등 친근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말(言)로 시선을 옮겨 보자. 말은 생각의 탈것이다. 우리는 말을 타고 타인의 마음으로 건너간다. 말(馬)과 말(言)은 달리기를 잘한다. 만약 말(馬)과 말(言)이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 말(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말(馬)보다 더 멀리, 더 깊이 이동한다. 한마디 말(言)은 국경을 넘고 세대를 건너며, 한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말(言) 역시 길들여지지 않으면 위험하다. 군중 속에서 질주하는 말(馬)처럼 통제력을 잃기 쉽다. 오늘의 세계는 너무 많은 말을 너무 빠르게 달리게 한다. 말들은 숨이 차고, 말들은 서로를 밟는다. 이때 우리는 다시 세 가지 말을 함께 사유해야 한다. 시간의 말(午)을 기억하고, 몸의 말(馬)을 배려하며, 정신의 말(言)에 책임을 지는 일. 이 셋이 조화를 이룰 때, 말은 소음이 아니라 길이 되고, 질주가 아니라 여행이 된다. 이 세 ‘말’이 만나는 지점은 정점이다. 午는 하루의 정점이고, 馬는 힘의 정점에서 달리며, 言은 감정과 사유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가장 강하게 튀어나온다. 흥미롭게도 위험은 늘 이 정점에서 시작된다. 해가 가장 높을 때 그림자는 가장 짧아 보이지만, 이미 길어질 준비를 한다. 말(馬)이 가장 빨리 달릴 때 넘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말(言)이 가장 옳다고 느껴질 때, 그 말은 가장 쉽게 폭력이 된다. 말(馬)에 고삐가 필요하듯, 말(言)에는 침묵이 필요하다. 침묵은 말의 부정이 아니라, 말의 방향을 잡아 주는 중심이다. 자치단체장 선거로 말(馬)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그에 따라 그 말(馬)에 대한 말(言)도 무척 많아질 것이다. 준마(駿馬)처럼 잘 뛰지만, 그의 말(言)을 신뢰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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