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누군가에게 건네는 그림 한 점은 오래 남는 인사가 된다. 설 연휴를 앞둔 경주 풍경에 한 상 가득 차려진 예술 선물이 도착했다.    경주 갤러리 미지(대표 김미지)에서 마련한 ‘설날 맞이 선물전’은 전시명 그대로 새해의 안부를 전하듯 원화를 보고 골라 소장할 수 있는 그림들로 관람객을 맞는다.    일상의 벽과 책장 위에 올려둘 수 있는 소품 위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예술을 선물한다’는 전시의 본질을 가장 따뜻하게 구현한다.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김서한, 정자빈, 여근섭, 박지만, 안선주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각기 다른 세계관과 작업 언어를 지닌 이들은 설날이라는 시간성과 맞물려 꿈과 기억, 전통과 일상, 자유와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새해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그림들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간직할 선물이 되겠다. ▲먼저 김서한 작가는 단청의 색채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번역해온 대표적인 단청현대미술 작가다. 그가 천착해온 한국 미감의 본질은 단청이 지닌 강렬한 원색의 대비와 리듬이다. 전통 사찰과 궁궐의 장엄한 색은 그의 화면 안에서 현대적 도시 풍경과 결합하며 시간의 경계를 허문다.    전통의 색을 오늘의 공간으로 끌어오는 그의 작업은 설날이라는 ‘전통의 시간’과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쌓아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화창한 일상의 평안'을 그린 소품임에도, 단청 특유의 에너지와 밀도를 놓치지 않는다. 새해를 밝히는 색채의 축복처럼, 그의 작품은 공간에 힘을 불어넣는다. ▲정자빈 작가는 동화적 상상력과 내면의 서사를 결합한 ‘블라썸’ 시리즈로 관람객을 꿈의 여행으로 초대한다. 동물과 꽃이 어우러진 화면 속에서 작가는 잊혀진 꿈과 희망을 다시 호출한다.    의인화된 동물은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며 주인공을 둘러싼 무수한 꽃들은 삶 속에서 잃어버렸던 소망의 잔향이다.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 잊고 있던 꿈들이 그림 속에서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는 그의 작가 노트처럼, 이번 전시에 선보인 소품들은 작지만 아름다운 서사가 돋보인다.  ▲안선주 작가는 전통 민화를 현대적 감성과 일러스트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창작 민화 작가다. 그의 작업은 크게 ‘동화 시리즈’와 ‘전통의 재해석 시리즈’로 나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두 세계가 균형 있게 소개된다. ‘엘리스 토끼’로 등장하는 동화 시리즈의 주인공은 기다림을 멈추고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존재다. 이는 오늘을 사는 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한편 ‘전통의 재해석 시리즈’에서는 보태니컬 책가도, 청룡화병모란도 등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친숙하면서도 새롭다. 전통의 결을 지키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놓치지 않는 그의 그림은 세대 간 공감을 이끌어낸다.▲박지만 작가의 화면에는 늘 ‘선’이 존재한다. 대상과 대상을 잇고 때로는 엉키고 때로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들은 사람과 사람, 기억과 기억 사이의 관계를 상징한다.    꽃, 풍선, 말, 사슴, 고래 등 친숙한 이미지들은 낯선 공간 속에 배치되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린다. ‘Learning to Fly’와 ‘Happy Days’라는 연작 제목처럼 그의 그림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행복에 대한 역설을 동시에 품는다.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속에는 시간의 밀도가 응축돼 있어 오래 바라볼수록 사유의 여백이 확장된다.  ▲여근섭 작가는 바다를 매개로 삶의 정서를 포착해온 중견 작가다. 항구의 풍경을 담은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기억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기록이다.    두터운 마티에르와 강렬한 색채 대비는 파도처럼 화면을 밀고 들어오며 존재의 흔적을 또렷이 남긴다. 부산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살아온 작가의 시선은 경주의 공간 안에서도 낯설지 않다. 고향과 귀향, 떠남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그림은 우리의 기억을 자연스레 호출한다. 이번 ‘설날 맞이 선물전’은 다섯 작가의 개성이 고루 살아 있으면서도 전시 전체가 하나의 선물 상자처럼 느껴진다.    김미지 대표는 "이번 전시작들은 크진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다. 전시를 통해 예술이 일상 속에서 나누고 소장할 수 있는 ‘따뜻한 선물’임을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설날을 앞두고 가성비 높은 작품가를 책정한만큼 새해의 덕담 같은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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