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경주지회(이하 경주예총) 제26대 회장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두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뜨겁다. 오는 9일 치러질 이번 선거에서는 최영조 미술협회 회장과 이상진 경주음악협회 고문 등 2명의 후보로 압축된 가운데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어 경주예술계의 시간이 다시 한번 분주해졌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공기가 예민하게 흔들리고 있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단체장의 선출이 아니다. 향후 4년, 경주 예술의 방향과 결을 좌우할 선택이기에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경주예총은 지난 60여 년 동안 지역 예술인의 구심점이었다. 1964년 초대 손일봉 회장을 비롯해 김준식, 박재호, 조경태, 이근식, 정민호, 김인식, 서영수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예술인들이 예총을 이끌며 경주 문화예술의 토대를 다져왔다. 문학·미술·음악·연극·사진·국악·연예 등 7개 협회가 각자의 언어로 경주를 노래하고 기록해온 이 역사 앞에서, 차기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이번 선거는 연임에 성공했던 현 김상용 회장의 시대를 지나 다시 한번 ‘새로운 리더십’을 묻는 국면에 놓여 있다. 이미 후보들의 윤곽은 드러났고 물밑 경쟁은 적잖이 치열하다. 그러나 선거가 과열될수록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경주예총 회장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오늘의 예술인은 더 이상 작품만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에 서 있다. 예술의 생산만큼이나 소비, 유통, 행정, 협력의 감각이 요구된다. 정치적·행정적 소양이 작품성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으로 거론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가하면, 예술이 ‘보여주기’ 실적에 머물고 행사 숫자와 예산 집행으로 평가받는 고답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예술 소비의 시대, 예술인의 복지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현재, 회장은 무엇을 공약으로 내걸고 어떤 철학으로 예총을 운영할 것인가. 현란한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이다. 회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예술인이 예술로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다.지역 예술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차기 회장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포용력’과 ‘자기희생’이라고. 7개 협회를 고르게 아우를 수 있는 넓은 품과 상징적 아우라, 자신을 낮추고 갈등을 정리할 수 있는 교통정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어야 하고 드러내기보다는 조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경주를 떠나는 예술인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창작 공간의 부족, 발표 기회의 편중, 생계의 불안정은 청년 예술인뿐 아니라 중견 예술인에게도 버거운 문제다. 차기 회장은 예술인들이 머물 수 있는 도시, 예비 예술인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경주 예술의 지속 가능성에 다름없다.이번 선거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이 공히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한다. 회원 간 정보 교류 강화, 창작 지원 확대, 기업과의 연계, 원로 예술인의 노후 대책,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프로그램 개발 등의 제안들은 모두 귀 기울일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예총의 변화는 곧 예술인의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그 변화는 결국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공정성과 투명성 또한 회장의 핵심 책무다. 예산 집행의 형평성, 사업 기회의 균등한 배분, 특정 장르나 개인에 치우치지 않는 운영은 예총의 신뢰를 좌우한다. 예술인에게 금기시 돼온 금전적 패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회장의 청렴성과 도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덕목이다.더 나아가 경주의 전통이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예술 분야에서 고르게 살아 숨 쉬도록 만드는 일 역시 차기 회장의 몫이다. 원로 예술인의 깊은 경험과 청년 예술인의 실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경주의 과거·현재·미래는 예술로 이어질 수 있다. 예총은 행정 조직이기 이전에 문화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지난해 성공적으로 치러진 국제행사 2025경주APEC 뒤에는 보이지 않게 힘을 보탠 경주 예술인들의 연대와 역량이 있었다. 이제 그 에너지를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줄 차례다. 이념이나 사상에 경도되지 않는 순수한 예술, 시민의 가슴을 데워줄 품 넓은 예술이 필요한 시점이다.지금 예총 선거판은 다소 과열돼 있다. 음해성 루머와 공격적 전략은 결국 예술계 전체에 상처를 남길 뿐이다. 선거는 끝나면 다시 하나가 돼야 하는 과정이다. 차기 회장은 그 봉합의 중심에 설 사람이어야 한다.다시 경주예총 회장에게 바란다. 앞서기보다 함께 가는 리더, 말보다 실천으로 증명하는 회장,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버팀목으로, 예총이 다시 한번 경주 문화예술의 든든한 중심으로 우뚝 서기를. 경주시민과 예술인 모두가 그 변화를 고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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