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짐승만도 못한가?' 이 물음은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행정통합 앞에서 우리 지역사회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다. 옛 우화가 있다. 남녀가 한 방에서 밤을 지내되 선을 긋고 서로 넘지 않기로 약속했다. 날이 샜고 남자는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여자의 한마디는 의외였다. ‘짐승만도 못한 놈’ 이 역설적인 우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때로는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인간만의 분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본능대로 행동하는 동물이 아니라, 사고하고 분별하며 판단하는 존재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는 우리의 분별력을 시험하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변해야 산다’고 외쳤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이다. 2024년 10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도지사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 연간 5조원씩 4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재정지원,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특례가 약속됐다.그러나 신뢰는 천천히 쌓이고 빨리 무너진다. 경북 북부지역인 안동, 예천, 영주, 영양, 울진 등의 의회는 연이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경북에서 대구와의 통합은 무게중심이 남쪽으로 더욱 쏠리면서 북부지역의 소외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2026년 2월 현재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335개 조문 중 256개가 반영되고 신규 특례 추가로 391개 조문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재정, 지역 현안, 일부 산업 특례 79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핵심 특례 40여건 중 28건만 반영된 것이다.행정통합의 당위성은 명확하다. 지방소멸 위기, 수도권 집중 심화, 경쟁력 약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광역 단위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인구 500만, 경제규모 100조원이 넘는 대구경북특별시는 비수도권 거점으로서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하다. 첫째, 경북 북부의 소외와 불균형 심화 우려다. 둘째, 성급한 추진으로 인한 절차적 정당성 결여다. 2026년 7월 출범 목표는 법 제정과 주민투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셋째, 중앙정부의 실질적 지원 의지가 불확실하다. 20조원 재정지원은 약속되었지만,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 현실이다.대구경북행정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하고, 투명해야 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경청되어야 한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의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반면,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의 다른 한 축인 통합특별시의회가 특별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역할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변해야 산다. 그러나 그 변화는 짐승처럼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인간다운 분별력으로, 신뢰를 쌓으며,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그때 비로소 대구경북행정통합은 후세들의 발걸음을 인도하는 따뜻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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