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는 부끄러울 수(羞)와 부끄러울 치(恥)가 결합된 낱말로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강수(强首)는 ‘가난하고 천한 것이 수치가 아니라, 도(道)를 배워서 행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였다.
그는 신라 무열왕 때의 문장가로서 글을 잘하여 외교문서를 짓는데 능했다. 지금의 충주시인 중원경(中原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석체(昔諦)이고 관등은 나마(奈麻)이다. 나마는 신라의 17관등 가운데 11번째 관등으로 5두품 이상이 오를 수 있었으며, 그것은 다시 칠중나마(七重奈麻)에서 중나마(重奈麻)까지 아홉 개 단계로 나누었다.
그의 어머니가 태몽에 뿔 돋친 사람을 보고 임신하였는데, 드디어 강수를 낳으니 머리 뒤에 높은 뼈가 있었다(其母夢見人有角 而妊娠 及生 頭後有高骨)고 한다. 신생아의 특이한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
아버지가 강수를 데리고 당시의 현자(賢者)를 찾아가서 “이 아이의 머리뼈가 이러하니 무슨 까닭인가?”하고 물었다. 그 현자는 “내가 듣건대 복희씨(伏羲氏)는 범의 형상이요, 복희씨의 누이라고 하는 여와씨(女媧氏)는 뱀의 몸이고, 신농씨(神農氏)는 소의 머리요, 고도(皐陶: 舜의 賢臣)는 말의 입이라 하면서 현신(賢臣)은 동류(同類)지만 그 상(相)이 역시 범인과 다른 바가 있다고 하였다.
또 아이의 머리에 검은 사마귀가 있는 것을 보고, 상을 보는 법에, 얼굴의 사마귀는 좋지 않으나 머리의 사마귀는 나쁘지 않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반드시 기이한 것이다(又觀兒首有黶子 於相法面黶 無好 頭黶 無惡 則次必有奇物乎. 黶염: 사마귀 염)”라고 하였다.
석체는 돌아와서 그 아내에게 “아들은 비상한 아이니 잘 기르면 장래에 국사(國士)가 될 것이다”. 하였다. 그리하여 강수는 스승에게 나가서 『효경』, 『곡예』, 『이아』, 『문선』 등을 읽었는데 듣는 것은 비록 천근(淺近) 하였으나 깨달은 바는 더욱 고원(高遠) 하여 환로(宦路)에 올라 여러 관직을 역임하고 마침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저명인사가 되었다.
그런데 강수는 사춘기 때 부모님 몰래 부곡에 사는 대장장이 딸과 정식 혼례도 갖지 않고 야합(夜合)하여 애정이 퍽 깊었다. 21세가 되던 해에 그런 정황을 몰랐던 부모가 용자(容姿)가 출중한 향중의 규수를 중매하여 며느리로 삼게 하려 하였다. 그러나 강수는 부모님의 권유를 듣지 않고, 비록 한번은 야합이지만 두 번 장가들 수 없다고 중매에 관한 말씀만은 듣지 않았다.
부친이 크게 노하여 “네가 세상에 이미 거명(擧名)되어서 국인(國人)이 모르는 자가 없는데, 미천한 자로 짝을 삼는다면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니, 강수는 재배하고 말하기를 “가난하고 천한 것이 수치스러운 바가 아닙니다. 도(道)를 배워서 행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수치스러운 일입니다(貧且賤 非所羞也 學道而不行之 誠所羞也).
일찍이 듣자 오니 고인(古人)의 말에 가난해서 술지게미나 그 겨를 먹으면서 지내던 처인 조강지처(糟糠之妻)를 당하(堂下)에 내려오게 하지 않고, 빈천(貧賤)한 때의 교우(交友)는 잊을 수 없다고 하였으니, 천한 아내라고 해서 차마 버릴 수는 없습니다(嘗聞古人之言 曰糟糠之妻不下堂 貧賤之交不可忘 則賤妾所不忍棄者也)”라고 하였다.
이후 강수는 무열왕에게 발탁되어 당나라의 사자가 가져온 조서(詔書)에 어려운 데가 있었는데 왕이 불러 물으니, 왕의 앞에서 한 번 보고 해석, 설명하여 의심스럽게 막히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왕이 놀라고 기뻐하면서 서로 늦게 만난 것을 한탄하였다고 『삼국사기』는 전하고 있다.
강수의 천재적 지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가난함과 천함은 수치가 아니고 도를 배워서 행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수치’라는 그의 말은 다시 읽어 보아도 감명을 주고 있다.
모르는 것은 알려고 해야 하며, 배워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선현들은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바르게 배워야 하고 배운 것을 생활 장면에서 올바르게 실행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표현되는 말과 행동에 따라 세평(世評)은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한 단위 더 배운 지식인이나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외현하는 언어 모형이나 행동양식은 후학들이 예리한 시각으로 모델링(modelling) 할 수 있는 교과서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검장이나 국정감사장에서 방영되는 더 배운 당해인들의 문답 중에 무례한 말과 과잉행동을 본 세인들의 평이 자자하니. 이것을 신라인 강수가 보았다면, 어떤 행동이 수치스러운 것인지, 어떤 것이 정곡을 찌르는 훌륭한 지적인지, 또 어떤 말이 지지표 떨어지는 망발인지, 각별한 지도의 말씀을 어떻게 전했을지, 볼 낯이 없다고 꾸중할지, 그 수치스러운 장면에 대한 세평적 그의 안목(眼目)이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