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갈 일이 생기면하루 이틀 전에 집 청소를 한다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다 해놓는다푹 쉬라고집이 편안해야 나도 편안하다고일정을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 오는데집이 동구 밖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쉬지 않고   -김동임의 시, '집'   김동임 시인은 '달이 마음 턱, 놓고 간다'라는 재밌는 시집을 낸, 2020년에 데뷔한 신인이다. 이번에 '문글씨의 행보'라는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시인은 평소 집이란,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일까? 등등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한 일상적 얘기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돋보이는 시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오규원 시인이 말했던가. '시에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고, 시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는 우리의 생밖에 없다' -오규원의 시, '용산에서'  그렇다. 시에는 조금도 근사하지 않는 고통스럽고 모순에 가득 찬 당신들과 나의 생밖에 없다. 시에는 우둘투둘한 우리들의 부조리한 수수께끼 같은 삶이 가장 진솔한 모습으로 담겨 있다. 그러니 제발 시인들이여, 허황된 얘기는 말고,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는 진실 된 삶의 얘기를 노래하지 않겠는가.  '출장 갈 일이 생기면/하루 이틀 전에 집 청소를 한다/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다 해 놓는다/푹 쉬라고/집이 편안해야 나도 편안하다고/'  '집이 편안해야 나도 편안하다고!' 이 깨달음은 굉장한 것이다. 이것이 이 시의 절창이다.   집을 인격체로 의인화시켜서 바라보고 있다. 집을 푹 쉬게 한다! (내가 출장 간 사이에)  '일정을 마치고 터벅터벅 돌아오는데 집이 동구 밖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쉬지 않고'   집이, 사랑하는 남편이나 사랑하는 자식들처럼(의인화 되어) 멀리 동구 밖까지 마중나와 있다니! 이 얼마나 눈물 날 정도의 감동적인 이미지인가.  집이 출장 갔다 돌아오는 주인을, 쉬지 않고 걸어서, 동구 밖까지 마중 나와 기다리고있다니! 아름답다. 이 좋은 시집을 나는 단번에 읽고 또 읽었다. 머리맡에 가까이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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