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2.3 비상계엄'과 '6.3 조기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격변을 경험했다. 이후 내란 청산과 사법 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사이, 역설적이게도 정치권 내부의 효율성 제고와 구조적 개혁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이재명 정부의 탁월한 개혁성과는 정치권 내부 개혁의 필요성을 잊게 하는 가림막이 되고 있다. 집권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주가지수 6,000포인트 시대 개막,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종언,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이동, 해양수산부 이전 등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설탕 가격 담합 적발과 생리대 가격 인하 같은 민생 현안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기득권화된 정치 구조는 요지부동이다. 진정한 정치 선진화를 위해 그동안 많이 제기되어왔던 다음의 네 가지 개혁이 재차 요구된다.
 
첫째, 국회의원 위상을 북유럽형 '봉사명예직' 수준으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1인당 9명의 보좌진을 국비로 지원받으며, 연간 약 1억 5,700만 원의 세비는 GDP 대비 세계 최상위권으로 과도한 편이다. 반면 스웨덴 의원들은 약 1억원 내외로 전문직 근로자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며 특권층이 아닌 '전문 봉사직'이다. 개인 보좌관 없이 정당 차원의 공동 지원 체계로 일하며, 비즈니스석 이용이나 공항 귀빈실 사용 같은 특혜는 거의 없다. 가까운 일본 중의원만 해도 보좌진은 3명에 불과하다.
  둘째, 기초의회의 정당 공천 폐지와 무보수 명예직 환원을 검토해야 한다. 정당 공천제에 묶인 기초의회는 시장·군수를 견제하기는커녕 국회의원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인 지역 사회마저 중앙 정치의 대리 전장으로 변질되어 분열되고 있다. 2006년 유급화 이후 비대해진 기초의회를 지역 정치 과잉을 막기 위해서도 1991년 출범 당시처럼 무보수 명예직으로 환원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기초의원 공천권을 내려놓는 결단이야말로 지역 분열을 막고 정치 선진화의 첫걸음이다.
 
셋째,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가 필요하다. 광역단체장은 3선으로 제한하면서 국회의원에게만 무제한의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3선, 12년이라는 시간은 정책적 비전을 펼치기에 결코 짧지 않다. 정치권이 '생계형 정치인'들의 영구적인 일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입 장벽을 낮춰 참신한 인재가 끊임없이 수혈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고인 물 정치'를 타파할 수 있다. 한번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으면 평생 정치권에서 사라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정치의 혁신성과 참신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넷째,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를 깨고 다당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양당제에 익숙해 양당 구조를 당연시하지만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소수의 의견도 배제되지 않는 다당제 구조가 합리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이미 그 기틀이 마련된 만큼,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파란색과 빨간색 꽃만 있는 정원보다 다채로운 색깔의 꽃이 어우러진 정원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정치는 국민이 한다고 했다. 정치의 수준은 결국 국민의 의식 수준에 수렴한다. 거대 담론의 그늘에 숨어 기득권을 향유하는 정치를 끝내기 위해 이제 주인인 국민이 공론화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 변화시켜야 한다.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국정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마이더스의 손'이 정치 개혁의 영역에도 닿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