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타인 언행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허물어진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이는 온전히 필자 책임일 수도 있다. 비수처럼 와 닿는 독설 및 험담도 마이동풍(馬耳東風)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마음자락이 옹색한 탓인지 이런 경우엔 도무지 마음의 갈피를 잡을 길 없었다. 그래서 신경이 한껏 곤두서기 예사였다.
요즘도 화인(火印)처럼 가슴에 남아있는 지난 일이다. 이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 몸집을 키우는 느낌이다. 이는 가슴에 켜켜이 앉은 감정의 앙금이 점차 짙어져서일까. 아직도 이로 인한 상처를 쉽사리 봉합할 수 없다.
  삶을 살며 타인에 대한 용서 및 이해에도 한계가 있다. 인격을 모독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일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 더구나 사실과 다르게 남의 명예에 흠집을 낸다면 성인군자(聖人君子)라도 눈감아 줄 수 없을 것이다. 20여 년 전 일이다. 어느 여인이 꾸며낸 간계(奸計)를 참고 견디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녀가 십 수 년 넘게 주위 사람 및 필자에게 행한 갑질은 지금 생각해도 증오심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 그 당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상대방 입장이 돼 보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그녀의 횡포를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다.
  돌아보건대 지난 시간 그녀는 타인에 대한 질투로 눈이 멀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만 해도 일명 튀거나 남 앞에서 젠체하지 않았다. 모임에서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언행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성격상 마음에 없는 말을 못하고 옳지 않은 일에 부하뇌동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당시 그녀는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에 혈안이 돼 있었다. 평소 그녀는 유독 열등감이 심한 성격인 듯 했다. 무엇으로든 자신보다 월등한 사람은 기어코 무너뜨려 발밑에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자연 이런 성향이다 보니 타인이 지닌 어떤 능력이나 외모 등에 시기심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겸손이나 교양과도 거리가 먼 여인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들어 줘야 흡족해 했다. 속된 말로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대장 놀이에 심취해 있었다. 지난 시간 필자가 속한 단체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었다. 지성, 교양, 지식을 두루 갖춘 사람들이 활동하는 단체였다. 이런 자리에서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심, 그것이 곧 권력이라고 믿어온 여인이 지닌 알량한 착각은 참으로 치졸했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타인을 음해, 모함 하는 일에도 늘 솔선수범 했다. 특히 필자를 비롯 자신에게 굴종하지 않는 몇 몇 회원을 이런 방법으로 무수히 괴롭혀 왔다. 자신의 뜻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야말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깨끗한 물을 흐려놓아서인가. 그녀 기에 눌려서 추종하던 일부 사람들은 이런 언행에 마지못해 따르기도 했다. 한편 그녀는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따돌리는 일에 급급해 했다. 심지어 필자에 대한 별다른 꼬투리를 잡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꾸며낸 말이, “강한 여자이다.”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헛소문을 퍼뜨리는 일이었다. 처음엔 그녀의 민낯을 몰랐던 사람들이 필자에 대한 이 평가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그녀의 악행을 깨달았는지 요즘도 그녀 곁엔 주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녀는 타인을 자신 마음대로 조종하거나 가스 라이팅 시키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자신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자 편에 서서 그 후광을 입는 일에도 특출한 수단을 발휘했다. 목적한 일은 수단과 방법, 편법을 가리지 않고 이뤄내는 능력이 그것이다. 한편 권모술수에 능하고 언변도 좋았다. 이 때문인지 처음엔 그녀가 발설하는 그럴싸한 말에 속아 넘어가기 일쑤였다. 가장 사람답지 못한 행위는 따로 있다.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따돌리거나 음해, 모략을 자행하여 타인을 나락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그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녀 앞에 절대로 무릎 꿇지 않았다. 오히려 공식 석상에서 마주치면 더욱 예의를 갖춰 정중히 대했었다. 이러한 필자 태도는 그녀가 결코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정도를 벗어난 그녀 언행을 대할 때마다 반면교사(半面敎師)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려서 어머니는 말 한마디라도 타인에게 해코지 하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타일렀다. 하지만 요즘 이런 어머니의 지난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연일 친족 살인 및 사소한 일로 타인을 해치는 일들이 뉴스를 도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만 살펴봐도 현대는 타인을 존중하는 일엔 매우 인색한 세태가 분명 하다. 그래서인지 지난날 그녀가 타인에게 행했던 그릇된 일들이 새삼 기억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