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 3법의 추진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편향 시비를 부른 판결들, 만성화된 재판 지연, 법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겹치면서 "사법 독립이란 방패 뒤에 책임을 숨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법왜곡죄는 고의적인 법 해석 왜곡을 형사처벌로 다스려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장치다. 재판소원은 확정판결이라도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시 심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적체라는 병목 현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사법부의 시각은 다르다. 법 해석에는 본질적으로 재량이 개입되는데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법관이 무난한 판결을 택하는 '재판 위축'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은 헌재라는 추가 관문이 열리는 사실상 '4심제'로 분쟁의 종결성을 약화하고 대법원과 헌재 간 권한이 충돌할 수도 있다. 또 대법관 증원이 재판의 질을 개선한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합의와 숙의 중심의 최고법원 기능이 오히려 희석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법관 징계 제도는 독일·프랑스 등에서도 운영되지만, 재판 내용 자체를 이유로 법관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예외적 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독일에서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대법원의 권한 경계는 수십 년간 판례와 관행이 축적되며 형성된 것이지, 단일 입법으로 일거에 정해지지 않았다. 대법관 증원 문제는 미국 사례에서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시도했지만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 속에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대법관 증원이 끝내 무산되면서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에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사법개혁의 성패는 설계의 정밀도와 속도 조절에 달려 있다. 책임 강화와 권리구제 확대는 시대적 요구다. 다만, 재판의 안정성과 확정성을 훼손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법은 한번 바뀌면 되돌리기 어렵다. 사법 제도는 더욱 그렇다. 그 영향은 수십 년, 때로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충분한 숙의와 사법부의 참여,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