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화단을 대표하는 문인화가 남리 최영조(경주예총 회장)가 전시 작품 판매 수익 전액을 고청기념사업회(회장 박임관)에 기부하기로 하며 지역 문화계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고청생활관 내 고청갤러리에서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고청기념사업회가 기획해 마련한 자리로,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이 기념사업회에 전달된다. 특히 작품 가격을 기존 전시가 보다 약 60~70% 낮춰 관람객이 부담 없이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예술적 성취가 문화공간과 지역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재능 기부형 전시’에 닿아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는 전시로 보인다.개화 소식이 전해지는 봄의 길목, 고청기념관 뜰에도 봄 기운이 번지는 가운데 전시장인 고청생활관 안에서는 매화가 수묵으로 혹은 현대적 기품을 간직한 회화로 활짝 피어났다.
이번 전시는 최영조 작가가 올해 처음 선보이는 자리로, 매화를 중심으로 한 14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미 여러 작품이 판매되며 작가가 목표로 한 기부의 취지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전통 문인화에 현대적 실험성을 결합해 온 최 작가는 매화 작업을 통해 줄곧 ‘청명(淸明)’의 정신을 탐구해 왔다. 맑고 깨끗하며 꾸밈없는 가치 세계를 매화의 기운생동 필법으로 구현하는 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이다.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문인화적 매화뿐 아니라 보다 회화적인 구성과 추상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도 선보인다. 붓 대신 나이프를 활용해 표현한 매화 작품도 포함돼 전통 수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감각을 더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작업 세계가 한층 과감하게 드러난다.최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유(有)와 무(無)는 서로 통하며 필선이 만들어내는 기운생동 속에서 무의식적 기(氣)가 담긴 매화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이번 전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작품 자체보다 그 이면에 담긴 작가의 철학 때문이다. 최 작가는 이미 여러 차례 재능 기부 형식의 전시와 판매를 통해 지역 사회에 수익금을 기부해 왔다. 교촌한옥마을에서 제자들과 함께한 전시를 비롯해 문화행사 현장 경매, 개인전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련한 수익을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 단체 등에 전달해 왔다.
그는 “지금까지 27번의 전시를 하면서 제 작품을 소장하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돼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언젠가는 그런 분들에게도 작품을 소장할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가격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그 수익금은 전액 고청기념사업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최 작가는 또 “기부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라며 “불교 학생회와 청년회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봉사와 나눔을 배웠고 막상 해보면 남을 위한 일이라기보다 제가 더 행복해지는 경험”이라고 덧붙였다.화단에서 오랫동안 매화를 주제로 작업해 온 그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림은 점점 덜어내는 방향으로 간다”며 “처음에는 붓질을 수십 번 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몇 번의 선으로도 작가의 정체성과 기운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작업 세계를 설명했다.한편 최영조 작가는 개인전 11회, 초대 개인전 16회, 단체전 220여 회에 참여했으며 국내외 아트페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을 비롯해 경상북도의회와 경주시청 등에 소장돼 있다. 현재 (사)경주예총 회장으로 활동하며 남리 먹그림집을 운영하는 등 예술행정가이자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