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의 여파로 9일 국제유가가 약 3년 8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에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며 금융위기 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금리도 뜀박질 중하면서 경기 성장이 둔화하는데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9일 오전 7시 26분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고유가는 한국 경제 전 분야에 입체적인 충격을 주는 악재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로,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공산품 등 전 분야에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국제유가가 뛰기 전에 이미 고환율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상태였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린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중반에서 고공행진 중이었으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지난 3일 야간거래에서 1,505.8원으로 뛰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121.76)보다 0.6% 높은 122.50(2020년 수준 100)으로,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엔 2.0%에 머물렀지만 3월부터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성장 경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0% 전망은 배럴당(두바이유) 62달러를 기준으로 짠 결과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그에 따른 파장이 커지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통화정책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자본시장에는 이미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경고가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이달 말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유가 상승은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이 악화하며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다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