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 소도시들의 소멸 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순히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사람이 머물고 활동하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전략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등록 인구뿐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며 경제·사회 활동을 하는 인구까지 포함한 ‘생활인구’ 개념이 지방 정책의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영천시는 이러한 위기를 단순히 방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인구 지표인 ‘생활인구’를 중심으로 지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새로운 미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25년 3분기 영천이 보여준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도시임을 증명하고 있다. ◆생활인구 40만 돌파, 영천의 실질적 활력을 확인하다 영천시는 주민등록인구와 등록외국인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지역에 머무르는 체류인구를 포함하는 ‘생활인구’를 핵심 지표로 활용해 인구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2025년 3분기 기준 영천의 생활인구는 평균 약 40만 명에 달하며, 이는 주민등록상 거주인구의 4배에 육박하는 규모다.특히 주목할 점은 이 생활인구의 질이다. 영천의 평균 체류일수는 3.9일로 전체 인구감소지역 평균인 3.4일보다 높고, 평균 숙박일수 또한 5.7일로 전국 평균 3.9일을 크게 상회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재방문율’이다. 2025년 9월 기준 영천의 재방문율은 47.4%이며, 분기 평균 50.2%를 기록해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11개 지역만이 달성한 ‘재방문율 50% 돌파’라는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영천이 단순히 일회성 관광지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통근·통학, 산업단지 근로, 관광 및 농촌 체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연결된 ‘탄탄한 체류형 생활인구’가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안동시에 이어 경북 도내 인구감소지역 중 생활인구 규모 2위를 차지한 영천은 ‘다시 찾는 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교육 도시 영천, 공교육 혁신으로 인재 유출을 막다 영천시는 인구 문제의 핵심 해결책으로 ‘교육’을 지목하고, 전국 최초의 ‘군인자녀 모집형 자율형 공립고’ 모델을 구축했다. 2024년 정식 지정된 영천고등학교는 2025년 막바지 개교 준비를 거쳐 2026년 3월 본격적인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영천고는 전국단위로 선발된 군인자녀 66명과 지역 학생 72명 등 총 144명의 신입생을 성공적으로 모집하며 명문고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특히 2026년~2027년까지 186억(지방소멸대응기금 100억, 시비 71억, 도교육청 15억)을 들여 전교생 기숙사 운영을 기반으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공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유일의 과학 중점고로서 사관스쿨, 국제교류, 리더십 아카데미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또한, 교육부와 교육청으로부터 매년 각 1억 원의 재정지원과 자율성을 부여받아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은 ‘교육발전특구’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유·초등 교육환경 내실화부터 고교-대학-산업체 연계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영천형 교육체계를 구축해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격차 없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신축 기숙사는 사생실, 스터디카페,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어 학생들에게 최적의 학습 및 생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교육 투자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장학사업이다. 영천시장학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장한 대표적인 지역 장학사업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시민과 단체, 기업 등이 참여한 장학금 기탁은 5346건, 총 9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우수인재 육성 ▲창의인재 육성 ▲교육지원 ▲복지나눔 ▲인구소멸 대응 장학 등 5개 분야 19개 장학사업에 활용됐다. 이를 통해 지난해 849명의 학생에게 약 8억7천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장학사업의 특징은 단순한 성적 중심 지원을 넘어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과 생활 여건을 함께 고려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진행된 어학연수에는 9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국제적인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장학금 기탁 사연도 다양하다.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다시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하고, 노인일자리 사업 수입을 기부한 어르신, 손녀의 대학 진학을 계기로 장학금을 기탁한 조부모 등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 출향 인사들도 장학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참여는 장학금이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 미래를 위한 공동 투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천원주택’ 영천시는 청년층 유출을 막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주거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천원주택’이다. 천원주택은 하루 1000 원, 즉 월 3만 원의 임대료만 부담하면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실제 임대료와의 차액은 영천시가 지원한다. 이번 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청년형 12호와 신혼부부형 8호 등 총 20호 규모다. 입주 대상은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이며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입주자는 최장 6년 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어 초기 정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택에는 커뮤니티 공간도 함께 조성된다. 청소년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노래방, 댄스연습실, 컴퓨터실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영천시는 내년 금호읍 교대리에 96억원을 들여 42호(청년 14호, 일반,신혼 각 14호)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 기반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천원주택은 단순한 임대주택 정책이 아니라 결혼·출산 친화 환경을 조성하는 인구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교육·주거·생활환경…인구 정책의 새로운 방향 영천시의 정책은 단순히 인구 숫자를 늘리는 방식과는 다르다.생활인구 확대, 교육 경쟁력 강화, 청년 정착 지원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람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생활인구 분석을 통해 실제 활동 인구를 파악하고, 교육 정책으로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높이며, 주거 정책으로 청년층의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지방소멸 위기가 전국적인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영천의 정책은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한 인구 유치 정책이 아니라 교육·주거·지역활력을 함께 강화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머무르고 활동해야 지역 경제와 공동체도 지속될 수 있다.영천시는 생활인구 확대와 교육 투자, 주거 정책을 통해 다시 찾고 머무르는 도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지역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 영천의 사례는 많은 지방 도시들에게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영천의 정책들이 실제 인구 유입과 지역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