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몸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敎育可潤身也)”라는 선현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유아교육과 대학교수 시절에 유치원을 설립하여 40년 가까이 운영했던 지난 세월이 불망의 기억으로 뇌리에 남은 것은 비록 근년에 폐원은 하였으나 그때의 특별교육프로그램인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Reggio Emilia Approach)’을 더 이상 교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오년 새봄을 맞이하여 각 유치원은 신학기 준비를 하고 있을 터인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의 기록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고 있으니 석년(昔年)의 밀라노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필자는 1996년 10월 19일부터 31일까지 한국피아제연구회원, 유아교육과 교수, 유치원장, 대학원생 등 39명의 유아교육연수단에 포함되어 이탈리아 밀라노 부근의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 시의 칠드런 센터에서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배울 때 밀라노 도시의 번화가를 탐방하여 진열된 상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뇌리에 다시금 떠올랐다. 파리를 제치고 밀라노가 세계 제1의 패션(fashion) 도시가 된 것은 유치원부터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으로 교육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1992년 12월에 ‘뉴스위크(News Week)’지(紙)가 세계에서 교육을 가장 잘하는 학교 10개를 선정 발표할 때, 유치원 교육은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 시(市)의 유치원이 선택되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    특히 저명한 교육학자 부르너(Bruner)가 이들 유치원을 방문하여 교육 실제에 대한 것을 직접 보고는 ‘이렇게 교육하면 되지 이 이상 더 어떻게’라고 극찬하였기에 연수희망자가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이 접근법의 창시자는 이탈리아의 교육개혁론자 로리스 말라꾸지(Loris Malaguzzi)이다. 그는 포장된 지식을 강요하는 데 참을 수가 없어서, ‘어린이에 대한 것과 어린이를 위한 것은 어린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죤 듀이(J. Dewey)의 아동중심교육과 인간의 지적 발달은 동화와 조절 두 개의 보완적인 과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피아제(Piaget)의 구성주의 이론 및 아동 발달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진정한 문화적 활동에 대한 아동의 참여가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보는 비고스키(Vygotsky)의 사회문화적 접근법을 종합한 프로젝트 교육의 하나이다. 이 접근법은 교사와 학습자 간의 민감한 관계 형성, 도식적 표상과 교차양식 표상 및 기록작업, 발현적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유아들에게 얼마나 민감하며, 애정 어린 관계를 수립하는가에 따라 그 효율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며, 도식적 표상은 유아들이 탐색하고자 하는 현상이나 물체에 대한 자기들의 사고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연필, 가는 펜 등을 써서 선으로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기록작업은 유아들의 활동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과 그 행위의 결과 즉, 작품 모두를 지칭한다.    교차양식 표상은 창의적 발상을 위해 비시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발현적 교육과정은 유아가 과거의 경험 속에서 이미 완숙함을 소유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경험이 아닌 유아가 열정을 가지고 계획하고 자료 수집하여서 새로운 국면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그 당시의 레지오 유치원은 모두가 3학급으로 편성되어 있었고, 학급당 25명의 유아는 5명씩 소그룹으로 편성되어 서로 의논하여 주제를 선정해서 교사와 더불어 9단계의 상징화 주기 즉, 구술적 분출, 표상하기, 시뮬레이션하기, 대체물 이용하기, 경험하기, 재표상하기, 확장하기, 심화하기, 확장 및 심화하기 등의 주기를 거치며 지식을 사회적으로 구성해가는 특별한 형태의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였다. 이 상징화 주기에서 교사들은 유아에게 지적∙정서적으로 도전이 될 기회를 제공하고, 유아가 말한 것을 기록하며, 표상 활동을 할 때 가장 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게 하는 것이며, 프로젝트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매체가 어느 것인가를 선택하고 토론해 보도록 하였다. 재료를 기술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고, 유아들의 숙련 수준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작품 자체에 관해 언급해 주는 등의 역할을 하면서 유아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스스로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수전략이었다. 교사들은 유아가 한 관찰이나 질문은 한 번도 경험하거나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영역을 다른 유아들이 탐험하도록 도와주며, 유아의 활동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이 스스로 문제나 질문을 생각해 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실제적인 교수전략이었다. 소정의 연수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귀국하여 유아교육과 학생들에게 최초로 이 접근법을 소개하였고, 또한 여(余)가 경영하는 유치원의 교사들에게 전수하여 실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유아들이 금관, 에밀레종, 첨성대, 안압지, 불국사, 봉황대 등 신라의 문화유산을 학습주제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상징화 주기를 거치도록 하였더니, 유아들이 지적 호기심을 발현하여 도식적 표상을 통해 지식이 구성되는 과정은 매우 놀라운 학습 장면이었다. 오늘날 지식이 폭등하는 사회에서 이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적용하여 유치원 시기부터 고등정신 능력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교육이라 생각되기에 이것을 더 이상 후학들에게 전수하지 못한 것이 교육의 여한으로 남는 것 같다. 급격하게 수축∙소멸되고 있는 유치원 현장이 무척 애달프게 여겨지기에 이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이 다소라도 소생의 기쁨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유아들의 교육사례를 분석하여 저술한 『레지오 에밀리아 접급법의 이론과 실제』(서울: 학지사, 1999)의 책장을 새삼 넘기며 지난 세월에 남긴 ‘아까운 추억’을 회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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