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사유원(思惟園)'이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정원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과 한국식 정원이 조화를 이루며 봄을 맞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꽃과 숲, 건축이 만들어내는 풍경 속에서 천천히 걷고 사색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최근 새로운 문화·정원 관광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유원은 약 20여 년에 걸쳐 조성된 대규모 정원형 수목원이다. 철강 기업을 운영했던 설립자가 자연과 건축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팔공산이 가장 잘 보이는 부지를 매입해 나무와 건축물을 하나씩 조성해 왔다. 일반에 공개된 것은 약 5년 전이며 본격적인 관람객 입장 운영은 약 3년 전부터 시작됐다.사유원 관계자는 “지난해 약 5만 명이 방문했고 올해는 약 6만 명 정도의 방문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유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속에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이 함께 배치된 ‘건축 정원’이라는 점이다.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건축 작품을 비롯해 한국 건축계 거장들의 건축물이 정원 곳곳에 들어서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요헌’과 ‘내심낙원’이 있다. ‘소요헌’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의 작품으로 자연 속에서 사색과 휴식을 위한 공간 개념을 담았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콘크리트 통로와 천장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어우러져 독특한 명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또 다른 건축물인 ‘내심낙원’은 이름 그대로 ‘마음속의 낙원’을 표현한 공간이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최소화해 숲과 하늘 풍경이 하나의 공간처럼 이어지도록 설계됐다.이와 함께 한국 건축가 승효상 등 국내 건축가들의 작품도 사유원 곳곳에 배치돼 있다. 자연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배치와 공간 구성으로 숲과 건축이 하나의 풍경을 이루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사유원을 걷다 보면 자연과 건축이 만들어내는 ‘사유의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먼저 '치허문'이 관람객을 맞는다. ‘비움에 이르는 겸허한 문’이라는 뜻을 담은 이 문을 지나면 절벽 끝에 매달린 듯한 검은 건물 '현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이 공간은 팔공산 능선을 그대로 담아내는 명상적 건축물로 창 너머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현암' 반대편 길목에는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요헌’ 옆에 사유원의 대표 전망대인 ‘소대’가 자리한다. 높이 20.5m의 이 전망대에 오르면 팔공산 자락과 사유원 전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풍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중앙 정원 구역에는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사색의 길이 이어진다. ‘깨달음을 얻는 언덕’이라는 뜻의 '와사'를 따라 걷다 보면 수백 년 세월을 견딘 모과나무 108그루가 모여 있는 '풍설기천년' 정원이 나타난다. 비바람을 견디며 뒤틀린 나무의 형상은 오랜 세월의 인내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이어 200년 넘은 배롱나무가 군락을 이룬 '별유동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처럼 현실과 떨어진 또 다른 세상을 연상시키는 깊은 숲의 풍경이 펼쳐진다. 설립자가 수집한 분재와 수목들이 계곡 풍경과 어우러진 '유원'도 한국식 정원의 미학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꼽힌다.정원을 따라 오르면 붉은 벽 사이로 물소리가 흐르는 명상 공간 '명정'이 나타난다. 하늘이 열린 사각형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물과 바람 소리에 집중하며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정상 부근의 야외 공연장 심포니6에서는 국악 공연이 펼쳐지며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낸다.잠시 휴식을 원한다면 카페 '가가빈빈'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팔공산 풍경은 사유원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힌다.
사유원의 상부에는 팔공산과 주변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들도 자리한다. '팔공청향대'에서는 팔공산의 맑은 울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금오유현대'에서는 멀리 금오산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한가롭고 시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한유시경' 역시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조망 포인트다.사유원은 단순한 수목원이 아니라 ‘사계절 정원’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봄에는 매화와 다양한 꽃들이 정원을 물들이고, 이어 4~5월에는 모과꽃과 작약이 피어난다. 여름에는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든다. 특히 사유원의 상징으로 꼽히는 108그루의 모과나무는 가을이 되면 노란 열매가 익어 많은 관람객이 찾는 명소가 된다.최근에는 정원과 건축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방문객도 늘고 있다. 한국 정원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가든’을 체험하려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2026 사유원 매화축제’가 오는 31일까지 사유원 일대에서 열린다. 약 15만 평 부지에는 백매화, 홍매화, 흑룡금매화, 운용매화 등 다양한 매화가 어우러져 봄 풍경을 만든다.축제 기간에는 국악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야외 공연장 심포니6에서는 판소리와 가야금 연주가 펼쳐지는 ‘매화 국악 올데이 패키지’가 진행된다. 또 해설사와 함께 정원을 걷는 ‘매화 동행 산책’, 아로마 향을 만들어보는 ‘사유의 향’ 명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이 운영된다.사유원 관계자는 “사유원은 자연과 건축,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방문객들이 천천히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된 정원”이라며 “매화축제 기간에는 국악 공연과 명상 프로그램, 정원 해설 산책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계절별 꽃과 정원 문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사유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