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이틀 만의 복귀를 계기로 대구시장 선거를 둘러싼 ‘중진 컷오프’ 논란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 논란은 단순한 공천 갈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국민의힘 정치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구조적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정당 정치의 핵심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정당은 정책을 만들고 지도자를 길러내며 시민에게 선택 가능한 인물을 보여 주는 정치의 학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건강한 정당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에서 인물을 성장시키고 경쟁을 통해 지도자를 만들어 낸다.그러나 국민의힘 정치가 반복해 온 모습은 때로 그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사람을 길러내는 정치라기보다 정치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인물을 갑작스럽게 전면에 내세우는 정치 방식이 반복되어 왔다.최근의 정치 장면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단기간에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장한 과정 역시 인물을 키우기보다 외부 인물을 급하게 영입하는 방식에 의존해 온 정치의 단면을 보여 준 사례로 해석되기도 한다.물론 외부 인물 영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치 역사에는 외부에서 등장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낸 지도자들도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정당 내부의 정치적 축적 위에서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급하게 선택되는 방식이냐 하는 점이다.특히 대통령이나 광역단체장은 국회의원과는 성격이 다른 자리다. 국회의원은 300명 가운데 한 사람일 수 있지만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은 실제로 나라와 광역단체를 운영하는 책임을 맡는 자리다. 이런 자리가 일시적 여론이나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선택되는 구조가 된다면 국정은 흔들리고 지방의 미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정당이 사람을 키우지 못하면 정치의 책임 구조도 약해진다.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 정치의 전면에 서게 되면 정책 경쟁보다 권력 갈등이 앞서게 되고, 정치의 중심은 시민의 삶이 아니라 내부 권력 구도로 이동하기 쉽다.대구시장 선거를 둘러싼 ‘중진 컷오프’ 논란 역시 이런 정치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공천이 정치의 출발점이 아니라 정치의 목적처럼 작동하기 시작하면 정치 경쟁은 능력 경쟁이 아니라 공천 경쟁으로 바뀌기 쉽다.실제로 대구 정치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것도 바로 이 모습이었다. 능력 경쟁보다 공천 경쟁이 앞서고 도시의 미래보다 정치의 계산이 앞서는 정치 문화가 이어져 왔다.대구가 지금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산업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청년 인구는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의 활력과 미래 성장 동력이 동시에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내부 권력 계산에 머문다면 시민의 삶과 정치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그래서 대구 정치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공천 경쟁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다.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구조로는 인구 감소와 산업 변화라는 이중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다음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대구경북 통합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지금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선거 이후로 미룰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정치는 사람을 자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당이 인물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결국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지도자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대구시장 선거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누가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누가 대구·경북의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치라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치는 결국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