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원전(대형원전 2기·SMR 1기) 건설을 위한 후보 부지 유치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유치를 희망하는 기초자치단체는 2026년 3월 30일까지 유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발맞춰 경북도와 경주시는 신속히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도 i-SMR 1호기 유치를 위해 2월 13일 ‘i-SMR 1호기 경주유치추진단’을 구성했다. 3월 13일에는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경주 유치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i-SMR 1호기의 목표 준공 시기는 2035년이다. 한수원이 제시한 후보 부지 평가 기준은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 네 가지이며, 각 항목의 배점은 25점이다.    그중 건설 적합성의 세부 평가 항목에는 전력망 연계, 용수 공급, 부지 조성 여건 등이 있으며, 주민 수용성의 세부 평가 항목에는 지방의회 동의, 주민 여론, 지자체 지원 계획 등이 포함된다. i-SMR 공모 자격 요건은 임해 지역일 것과 유휴 부지 면적이 약 49만 6천㎡를 초과할 것이다. 경주 부지는 이 요건을 충족한다. 경주가 다른 지역보다 i-SMR 1호기 설치에 적합한 이유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폐로된 월성 1호기의 송전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인프라 구축 부담이 적다.    둘째, 부지 인근에 연구·실증·제작·운영 현장이 집적된 원자력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기술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월성원전, 한수원 본사 등이 있으며, SMR 국가산업단지와 SMR 제작지원센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i-SMR 핵심 기술 개발과 실증을 담당한다.    셋째, 포항 철강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포스코는 생산 구조를 수소환원제철(HyREX)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 공정에는 i-SMR과 같은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넷째, 맥스터 7기를 증설할 때 인근 주민의 전폭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처럼 원자력 산업에 대한 주민의 이해도와 수용성이 높다. 경주시는 유치 신청서에 i-SMR 1호기 준공 이전에 교통·교육 등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할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해당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망된다.    중학교 교육 환경을 크게 개선하기 위해 동경주 3개 지역의 중학교를 통합하여 기숙형 자율학교로 만든 뒤 사업자 지원금을 대폭 배정해 특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신청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통과 교육 환경 개선은 i-SMR 유치를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SMR 국가산단 기업체 등의 임직원을 위한 정주 여건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책 사업에는 주민과 지역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수반되는 만큼 i-SMR 공모를 둘러싼 관련 지역의 유치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경주 유치에 적극적인 쪽에는 i-SMR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환경 단체에서는 SMR의 안전성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1호기 경주 유치에 우려를 나타내고, SMR 유치를 서두르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i-SMR 1호기가 경주에 유치되더라도 기공까지는 꽤 시간이 남아 있다. 유치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안전성이 가장 우선이고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SMR 산업을 경주가 선도하고 지역 발전을 이루기 위해 1호기 경주 유치를 바라는 시민들이 많다. 경주 시민 다수는 2003년 ‘태권도 공원’ 공모 당시 객관적 평가에서 무주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유치가 무산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번 i-SMR 후보지가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성, 경제성, 산업 및 국가 발전 측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형 원전 후보지가 울진이나 영덕으로 결정될 경우 i-SMR 건설 예정지가 같은 경북에 속한 경주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논리이다. 대형 원전 건설 적지와 i-SMR 건설 적지는 별도로 평가해 후보지를 선정해야 한다. 선정을 주도하는 기관은 유치 신청서와 현장 실사를 통해 공정하게 적지를 가려내야 하며,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은 남은 기간 동안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각 평가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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