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라는 도시의 풍경과 동시대 예술의 감각이 만나,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쳤던 풍경의 새로운 층위를 발견하게 되는 특별한 문화 경험이 펼쳐진다.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에서 오는 6월 14일까지 기획전시 ‘Sensescape’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플레이스씨와 PS CENTER가 협업해 기획한 전시로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 온 ‘풍경’을 감각의 차원에서 다시 바라보도록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 중심의 감상 방식을 넘어 청각과 물성의 감각까지 확장된 새로운 풍경의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이스씨 전시장 창밖으로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월성이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고 그 너머로는 한옥 지붕들이 물결처럼 펼쳐진다.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색채는 경주라는 도시의 풍경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풍경을 마주할 때 종종 실재하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상징이나 익숙한 이미지들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Sensescape展은 이러한 인식의 틀을 잠시 내려놓고 풍경이 개인의 감각을 통해 새롭게 인식되는 순간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 제목 ‘Sensescape’는 풍경(Scape)이 개인의 감각(Sense)을 통해 대상화되는 감각의 역치를 의미한다. 시각의 무한함과 청각의 현장감, 그리고 피부가 기억하는 감각의 층위가 겹쳐질 때 풍경은 개인의 내면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자리 잡는다.
이번 전시에는 권지영, 이건희, 이소요, 시율 등 서로 다른 매체와 감각의 언어를 사용하는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먼저 권지영은 흙이라는 물성을 통해 일상에서 포착한 감각과 기억의 파편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한다. 둥근 도자 오브제와 그 위로 이어지는 실의 구조는 햇빛이 부서지는 순간이나 석양의 감정처럼 내면에 남은 풍경의 기억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건희는 한지의 물성과 질감을 활용해 자연의 풍경을 추상적인 화면으로 치환한다. 닥을 버무려 만든 종이의 층위와 촉각적 표면은 나무와 구름, 숲을 연상시키며 자연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소요는 인간과 동식물, 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의 관계와 생태적 내러티브(narrative)를 탐구하는 연구 기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파도의 식물 생태를 기록한 ‘가파도 레이크’ 연작을 선보이며 식물에서 추출한 안료와 펄프를 활용해 섬의 생태적 풍경을 시각화한다.음악가 시율은 풍경을 소리로 풀어낸다. 제주 4·3의 역사와 해녀의 숨비소리, 섬의 기억을 피리와 바이올린의 선율로 구성한 작업은 풍경을 ‘듣는 경험’으로 확장하며 전시 공간에 청각적 풍경을 더한다. 이처럼 네 작가의 작업은 시각과 청각, 물성과 공간이 교차하는 감각의 풍경을 형성한다. 이들 네 작가를 통해 관람객은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공간 속에서 감각을 통해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플레이스씨 최유진 대표는 “이번 전시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PS CENTER와의 협업을 통해 기획된 전시로, 감각을 통해 풍경을 다시 바라보는 경험을 관객에게 제안하고자 했다”며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풍경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플레이스씨와 PS CENTER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해석 이전에 존재하는 감각을 회복하고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쳤던 풍경의 새로운 층위를 발견하게 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