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갤러리로서 완전히 독립된 정체성을 갖추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라우갤러리(대표 송휘)가 확장 이전해 경주시 북군길 98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송휘 대표는 더욱 확장된 보문점 오픈을 기념해 4월 30일까지 약 30여 점의 소장 작품을 첫 공개해 지역에선 보기드문 특별전을 마련했다.    한층 차분해진 공간에 들어선 갤러리라우의 문은 ‘예약’이라는 방식으로 열려 있으며 특별전에서는 19세기 유럽에서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까지, 150여 년의 미술사를 한 호흡으로 관통한다. 1870년대 유럽 고전 작품 4점을 비롯해 김창열,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경주 시민과 관광객에 선보이는 것이다.    라우갤러리가 확장 이전과 함께 내놓은 이번 특별전은 변화의 첫 장면으로서 확장 개관 기념과 함께, 한 갤러리의 방향성과 미학의 축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지난 17년간 경주 미술계의 버팀목이었던 그가 그간 탁월한 안목으로 공들여 수집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소장품 첫 공개’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깊다.   송 관장은 “지금까지는 기획전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제가 오랜 시간 모아온 작품을 처음으로 풀어내는 자리”라며 “라우갤러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작들은 송 대표의 축적된 컬렉터로서의 수준을 보여준다.  송 대표가 경주예술의전당 내 갤러리를 운영할때는 거의 매일 전시를 이어가, 공공성을 띠는 미술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꾸준히 여는가하면, 국내외 유수 작가들을 직접 선정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형편이 어려운 작가에게는 무료 대관하거나 기획 초대전을 열어 지역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이번 이전한 곳에서는 갤러리 운영 방식에 묘미를 뒀다. 송 대표는 “그동안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열린 공간에서 전시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제가 만든 공간에서 보다 집중도 높은 전시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예약을 기반으로 한 프라이빗 갤러리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송 대표는 “관람객이 미리 시간을 정해 방문하면 차 한잔을 나누며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진정한 컬렉터와 예술 애호가를 위한 밀도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는 전시 대관도 하고 대관할 때는 완전히 오픈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한다. 경주 지역 작가들이 공간이 필요하면 여전히 대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기획전과 더불어 전속 작가 전시,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특별전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시의 서문을 여는 것은 1870년대 19세기 유럽 회화 4점이다. 오스트리아 작가 로이프(A. Rueff)를 비롯해 프랑스의 폴 시냐크(Paul Seignac)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송 대표는 “프랑스 현지 아트페어와 골동 시장을 직접 다니며 수집한 작품들”이라며 “작품 하나하나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고 발품을 팔아 정성을 들여 축적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작품은 해외 반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수년에 걸쳐 들여온 작품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애정을 가진다는 폴 시냐크 작품은 프랑스 살롱에서 활동하며 장르화와 초상화로 명성을 얻은 작가가 당대 시민 계층의 삶과 시대적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포착했던 점이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지는 전시는 시간의 흐름을 현재로 끌어온다. 미국의 대표적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의 작품을 비롯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 공간에 배치된다.노먼 록웰은 일상의 장면 속에 인간적 서사를 담아내며 ‘미국인의 삶’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친숙하면서도 서사적 깊이를 지니며 관람객에게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한국 작가들의 작품 면면 또한 화려하다. 이우환은 모노파 운동을 이끈 세계적 작가로 점과 선, 여백을 통해 존재와 관계를 탐구하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박수근은 서민의 삶을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이며 이중섭은 격정적인 삶과 예술혼을 작품에 응축시킨 화가다.여기에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는 존재와 소멸, 기억과 치유라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며 극사실적 기법으로 독보적인 미학을 구축했다. 이건용은 신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행위예술을 통해 회화의 개념을 확장했고 이배는 숯이라는 물질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시각화했다.이대원과 이왈종은 각각 강렬한 색채의 자연 풍경과 일상의 철학을 담아내며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구상과 추상,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다층적 구성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한편 라우갤러리의 공간적 변화 또한 주목할 만하다. 보문단지라는 관광 중심지에 위치한 갤러리는 외부 방문객 접근성이 뛰어나며 전국 단위 컬렉터들과의 연결성도 강화됐다.    송 대표는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만난 고객들이 경주를 찾았을 때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는 거점이 될 것”이라며 “작품 감상과 구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은 전화(010-3530-0327) 또는 문자로 사전 신청 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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