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의 생애와 사상이 서거 100주기를 맞아 한국과 일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가네코 후미코는 문경 출신 독립운동가 박열의 사상적 동지이자 부인으로 변호사 후세 다쓰지와 함께 일본인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인물이다.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무적자’로 태어난 그는 9세 때 조선(현 세종시 부강면)의 조모에게 맡겨져 혹독한 학대를 겪었다. 이 시기 조선인들이 겪는 억압을 목격한 경험은 훗날 그의 사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서 고학하며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을 접했고 박열과 함께 반제국주의 운동에 뛰어들었다.두 사람은 일왕과 왕세자를 처단 대상으로 삼고 폭탄 입수를 추진하다 관동대지진 당시 검거됐다. 1926년 일본 정부에 의해 일왕 암살 기도 혐의(대역죄)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재판 과정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무죄를 주장하는 대신 일본제국주의 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사상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감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26년 7월 23일,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특히 감형 이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행적은 자료 부족으로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 제작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영화감독 하마노 사치가 연출했으며, 지난 2월 28일부터 도쿄·교토·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는 사형 판결 이후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시간을 가네코 후미코가 남긴 단가를 단서로 재구성했다. 특히 “현존하는 것을 부수어 버리는 것이 내 직업”이라는 그의 선언을 중심으로, 국가 권력에 맞선 치열한 저항과 사상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되살려냈다.일본 현지에서는 이 작품이 단순한 전기 영화에 그치지 않고, 천황제 국가체제에 맞서 싸운 개인의 주체적 사상과 선택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편 박열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서원)는 오는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서거 100주기를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행사는 문경문화원 다목적실에서 열리며, 1부 기념식, 2부 한·일 학술회의, 3부 영화 상영으로 진행된다. 특히 하마노 사치 감독이 직접 참석해 제작 배경과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설명하고 관람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이와 함께 사진전, 토크콘서트, 뮤지컬 ‘박열’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