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제 시행 이후 첫 사전심사에서 재판소원 사건 26건을 무더기 각하하면서 '4심제'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번에 공개한 결정례를 통해 '재판소원 대상을 엄격히 거르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간 최대 1만5000건의 사건 접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기 소수의 사건에 대한 결론만으로 우려가 불식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소원 시행 이후 접수된 사건 153건(23일 기준) 가운데 전날 총 26건을 지정재판부에서 전부 각하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에 사건이 접수되면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한다.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하는데, 이 첫 관문에서 일단 26건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이다.개정 헌법재판소법 72조 3항은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각하 사유로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경우(보충성 흠결) ▲청구기간 도과 ▲대리인 미선임 ▲재판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 ▲그 밖의 청구가 부적법한 경우를 들고 있다.헌재 안팎에선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4호)가 재판소원 사전심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보충성이나 청구기간 도과와 같은 형식적 요건에 반해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사건 폭증을 막을 실질적 통제장치가 되리란 예상이다. 실제 전날 헌재 각하 결정 26건 중에서도 '청구사유 미비' 사유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헌재는 전날 공개한 결정례를 통해 "청구인으로서는 사유를 갖췄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주장하거나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법률의 포섭 적용의 당부를 다투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한 경우 청구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헌법연구관 출신인 김진한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는 "단순한 재판에 대한 불복은 청구 사유로 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4심제' 우려를 일부 덜어낸 것으로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경우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부적법한 헌법소원으로 보고 거르겠다는 것이어서 '사전심사 제도가 타이트하게 운용되겠구나' 하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명백한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가 없는 청구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보편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그간 제기돼온 남소(소송 남용)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으리란 시각이다. 다만 소수 사건에 그친 첫 사전심사 판단만으로는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지금 예상되는 재판소원 사건 수가 (연간) 적어도 1만건 이상인데 26건은 1%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숫자"라며 "지금까지 사건으로는 기준을 삼기 어렵고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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