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한 달간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에도 어두움이 내려앉고 있다. 유가 고공행진 속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악재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25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로 복합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26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유가는 전황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를 전후로 요동치는 모습이다.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고유가는 경제 전방위적으로 충격을 주는 악재다. 원/달러 환율은 '천장'으로 여겨졌던 1,500원이 뚫린 상태다. 지난 23일 주간 거래 종가는 1,517.3원으로, 2009년 3월 9일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2.56)보다 0.6% 높은 123.25(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아직 전쟁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중동 전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긴축을 시사하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한은은 일단 내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신현송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이라는 평가에 따라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고공행진·불확실성 고조에서 촉발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흐름은 회복세에 접어들던 한국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고금리는 이자 부담 확대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동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영끌·빚투'족이나 자금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쓰러질 수 있다. 수출 호조세를 견인하는 반도체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물류 차질에 따라 운임 비용 급등, 에너지 비용 급증으로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다.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정부는 25조원 규모로 편성되는 추경으로 경기침체 우려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전쟁이 수개월 이어진다면, 정부의 복합대응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유가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에서 고환율과 시장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물가와 성장, 금융비용이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대응에 있어 손발이 묶인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를 잡을 수 있지만, 이미 침체인 경기는 더욱 침체한다.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살아날 수 있지만,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명예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관해 "원가 상승으로 물가가 높아지고 경기도 침체되기 때문에 국민이 살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무엇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추경 외에는 거시경제 정책에서 쓸만한 방법이 없다"며 "이번 추경은 규모를 상대적으로 작게 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하반기 정도에 2차 추경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