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십계명 가운데 다섯 번째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다.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말하고 그 다음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인 효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시작을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오늘날 이 효 사상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초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의 근본 도리인 효 사상이 점점 사라져 가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이와 관련해 고려 시대에 전해 내려오는 한 이야기가 있다. 고려가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시절, 원나라 사신이 무리한 조공을 요구할 구실로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놓았다. 위아래 굵기가 같은 통나무에서 뿌리 쪽을 찾아내는 것,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 중 어미와 새끼를 가려내는 것, 그리고 구불구불 뚫린 구슬에 실을 꿰는 것이었다. 왕과 신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아무도 풀지 못했다.그때 한 효자가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당시에는 70세가 넘은 노인을 산에 버리는 ‘고려장’ 풍습이 있었는데, 그는 법을 어기고 늙은 어머니를 땅굴에 숨겨 모시고 있었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고민하던 그는 어머니께 문제를 여쭈어 보았고, 어머니는 지혜로운 방법을 알려 주었다.통나무는 물에 띄워 더 가라앉는 쪽이 뿌리이며, 말을 며칠 굶긴 뒤 먹이를 주면 어미 말은 새끼에게 먼저 먹이를 양보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구슬에 실을 꿸 때는 개미 허리에 실을 묶고 반대편에 꿀을 발라 두면 개미가 냄새를 따라 구멍을 지나갈 것이라고 했다.효자는 이 방법대로 문제를 모두 해결했고, 당황한 사신은 조공 요구를 철회한 채 돌아갔다. 왕이 상을 내리려 하자 그는 모든 지혜가 어머니에게서 나온 것이라 고백하며 노인을 버리는 풍습을 없애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감동한 왕은 고려장을 금지하도록 명했다고 전해진다.이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던진다. 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부모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시는 현실을 두고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녀들이 부모를 외면한 채 홀로 남겨지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성경의 말씀처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가르침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삶의 기본이다.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고, 오랜 세월 속에서 얻은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일 것이다. 고려 시대의 한 일화가 전해 주듯,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에 다시 깊이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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