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경선이 시작되면 기자들의 메일함은 평소보다 몇 배로 무거워진다. 정책 보도자료 때문이 아니다. 상대 후보의 수년 전 발언, 확인되지 않은 의혹, 그리고 '누가 누구와 유착했다'라는 찌라시 성격의 폭로들이 빼곡히 들어찬다.앞서 필자가 지적했듯 정책은 사라지고 저격만 남은 현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 질문을 던져보자. 그들은 왜 비난받을 줄 알면서도 이 진흙탕에 뛰어드는가."정책을 내놓으면 읽어보기나 합니까? 일단 이겨야 정책도 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의 말이다. 지역 정가에서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는 한,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객은 지역 주민이 아니라 공천권을 쥔 권력자와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열성 지지층이다.중앙당의 입맛에 맞는 논리를 생산하고 상대 후보의 도덕성을 깎아내려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수개월 공들인 정책 한 줄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냉혹한 계산이 깔려 있다. 정책 실종은 후보 개인의 무능 이전에, 실력보다 충성과 전투력을 우선시하는 공천 시스템이 낳은 필연적 결과일지도 모른다.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선거 공학적으로 네거티브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정책 공약은 복잡하고 따분하지만 상대 후보의 스캔들은 쉽고 강렬하다.TV토론 1차와 2차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모두발언을 내놓는 나태함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차피 대다수 유권자는 공약의 디테일보다 '우리 편이 상대를 얼마나 시원하게 들이받았는가?'에 더 열광한다는 것을 그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후보들이 '녹음기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유권자를 바보로 알아서가 아니라, 이미 결론을 내린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상대의 허물을 지적하는 후보일수록 허물이 더 많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그 진흙탕에서 피어난 꽃을 기대하기엔 지금의 경선 시스템은 너무도 척박하다.이제 후보의 세치 혀를 탓하는 것을 넘어, 왜 우리 지역의 정치가 이토록 자극적인 폭로전에만 매몰되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네거티브를 구사하는 후보에게 '실력 없다'고 손가락질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런 후보가 기어이 공천장을 거머쥐고 본선에 나가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후보들만의 책임이 아니다.경선판은 그 지역 정치 수준의 거울이다. 주민들은 바보가 아니지만, 때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의 덫에 갇히기도 한다. 이전투구 속에서 실종된 지역의 미래를 찾고 싶다면, 후보자의 나태함을 질타하는 매서운 눈초리와 함께 우리 지역의 정당 문화와 투표 행태에 대한 뼈아픈 자성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