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 경제의 중책을 맡게 된 두 공직자의 소감에서 '균형'이라는 정책 목표가 등장했다. 우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언급했다. 한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이지만 성장과 금융안정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통화정책의 목표다. 문제는 이 목표들을 동시에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뛰는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면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려 돈줄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 물가와 성장 사이의 균형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지난달 25일 취임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지금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과감함과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감 사이의 황금 균형'을 지키겠다고 했다. 현재의 국내 경기는 이란전쟁 여파까지 가중돼 추경 등 재정 투입의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물가 자극 걱정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건전성도 지켜야 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풀면 나라 곳간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고, 미래를 위해 곳간 문을 닫자니 지금 경기가 무너지게 되는 딜레마다.균형 찾기가 어려운 과제지만, 두 사람 모두 충돌하는 가치의 균형을 외면하지 않고 이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은 다행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의 경우 통화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나 통화 완화를 주장하는 '비둘기파'로 나누는 이분법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경기 여건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표방했다. 기획예산처가 적극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년 의무 지출은 10%, 재량 지출은 15%를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점도 평가할만하다.경기 상황부터 소득, 자산 등의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양극화의 시대다. 'K자형'이니 'E자형'이니 하는 균형 상실의 혼돈 속에서 균형 잡기는 어려운 과제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앞으로 한국은행과 기획예산처는 정책의 우선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란 전쟁의 충격부터 인공지능(AI) 기술경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어려워져 가지만, 그럴수록 포기할 수 없는 정책의 가치가 균형이다. 지금 한국 경제엔 물가와 성장, 적극 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잡을 지혜가 절실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