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술 전쟁 시대에 돌입해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과학기술 연구 현장을 지휘할 기관장이 없어 국가경쟁력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마치 최고사령관은 온갖 지시를 쏟아내는데, 그 지시를 수행할 야전 사령관이 비어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경제와 외교에서의 실용 정책, 국정 현안에 대한 실무적 감각, 그리고 TV 생중계와 SNS를 통한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하지만 일부 호사가(好事家)들은 대통령 개인기에 많이 의존하는 점과 만기친람(萬機親覽) 하는 스타일이 불안하다고 말한다. 사실 이상적으로는 대통령은 전체적인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실무는 장관이나 부처 공무원들이 챙기는 소위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는 정부'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에 의존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시스템에 의해 작동해야 하며, 각개 각소에 적절한 인재가 배치돼야 한다. 실질적 변화는 청와대 회의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특히 현장 책임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바쁜데, 정작 그 지시를 수행할 현장은 준비가 덜 돼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 시대를 맞아 출범 초기부터 과학기술 중시를 내세우면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에 발맞춰 실제 혁신이 일어나야 할 연구 현장은 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 과학기술 교육·연구기관의 얼굴격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총장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원장은 임기가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아 임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23개 정부출연연구소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4개 기관에서 임기 끝난 기관장의 후임이 선임되지 않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 등 2개 기관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ST 소속 정부출연연구소의 1/4 이상에 리더십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기술 공공기관 기관장 선임이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제도적으로는 공공기관장은 임원 추천위원회가 관련 전문가 중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원칙적으로는 정치적인 상황 하고는 상관없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관여하면서 정치적인 고려가 들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과학기술 분야 공공기관장 장기공백은 기술전쟁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포기한 처사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