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은 임명직과 선출직을 막론하고 공직자가 지녀야 할 본질적 가치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목전에 다가온 6.3 지방선거의 풍경은 어떠한가. 헌법이 명시한 숭고한 봉사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당선만을 목적으로 상대방을 헐뜯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난장판만이 펼쳐지고 있다. 사회를 위해 헌신할 길은 선거 외에도 무수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필사적으로 공직에 매달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낮은 곳에서 시민을 섬기는 ‘서번트(Servant)’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공직을 시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공직자에게는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공공성, 부패를 멀리하는 청렴성, 자신의 결정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살피는 책임성, 그리고 모두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는 공정성이라는 막중한 의무가 따른다. 하지만 작금의 선거 양상은 이러한 공적 책무를 뒷전으로 밀어낸 모양새다. 도리어 공직을 개인의 사심을 채울 수단이나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질의 기저에는 제도의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2005년까지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기초의원이 2006년 유급제로 전환되면서, 지방의회는 진정한 의미의 명예직 개념을 상실했다. 권한과 보상은 비대해진 반면 그에 걸맞은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이는 결국 과열 경쟁과 세금 낭비, 지역 정치의 질적 저하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따라서 진정한 정치 혁신을 위해서는 기초의원의 무보수 명예직 환원과 정당공천제 폐지가 시급하다. 물론 현실적인 장벽은 높다. 유급제 폐지는 기득권을 쥔 현역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며, 정당공천제 역시 정치권이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도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선거 직전의 성급한 제도 변경은 예기치 못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차대한 과제를 두고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변명이 "개혁이 불필요하다"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도적 보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 이제는 후보자들의 자세부터 개혁해야 한다. 법령이 바뀌기 전이라도 후보자 스스로가 무보수 명예직에 준하는 자기 희생적 마음가짐을 갖춰야 하며, 유권자들은 누가 진정으로 지역사회에 헌신할 준비가 되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중앙정치의 눈치를 보는 정당공천제의 그늘 아래서도, 지역민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할 적임자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정당의 이름 뒤에 숨어 봉사 대신 '권력욕'을 꿈꾸는 이들을 엄중히 가려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자는 공직자의 의무와 책임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제도적 장치 마련을 차기 과제로 넘기더라도, "공직은 봉사하는 자리"라는 헌법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약속만큼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반드시 확인받아야 한다. 자기혁신에 느리기만 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유일한 길은,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권자의 준엄하고도 현명한 선택뿐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