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것이다" 한 나라 중앙은행의 역할을 설명할 때 많이 인용돼 이미 유명해진 문장이다. 1951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장을 역임한 윌리엄 마틴이 한 얘기다. 파티에서 이 펀치볼을 치운다는 건 무르익는 파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자 파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펀치볼을 치우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욕을 먹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기능과 역할을 얘기할 때 이 얘기가 자주 등장하는 건 그만큼 중앙은행의 역할을 정확히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 조정의 효과가 실물경제의 현장에 나타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 하강이나 과열을 예측하고 앞서 움직여야 한다. 경기 위축이나 과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늦어져 '실기(失期)' 논란이 제기된다. 금리 인상은 많은 고통과 저항을 수반하므로 욕먹을 각오와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한국은행 총재가 교체된다. 신현송 후보자를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국내외 평가가 많다. 거시경제, 특히 금융안정과 거시건전성 정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이고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국제결제은행(BIS)에 장기 재직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쌓았으니 이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15일 열릴 인사청문회는 그의 전문성 보다는 '파티볼'을 치울 용기와 의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이란 전쟁 여파로 앞으로 물가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물가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의 파고가 더욱 높아지면 금리 인상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결단은 물가 상승만큼이나 큰 서민 경제의 고통과 금융 시장의 충격, 부동산 시장 불안과 영끌족의 저항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릴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차기 한은 총재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이다. 신 후보자는 이 질문에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