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서울 인사동에 진한 먹향이 번진다. '붓은 춤추고, 먹은 사유한다'. 석운 최경춘 서예가(60)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예술관을 개인전 ‘필무묵상(筆舞墨想)’으로 다시 펼친다.    전시는 오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인사동 한복판,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진행되며 개막식은 29일 오후 3시다.이번 전시는 글씨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다시 글씨가 되는 자리다. 전통 서예의 뿌리를 깊게 내리되 현대적 감각과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더해 문자와 형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새로운 서화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 ‘필무묵상’은 그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예술 철학이다. 최 작가는 “붓의 움직임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의 숨결로 인식해 왔다”며 “조선 후기 명가들이 말한 활물(活物)의 필획처럼 서예는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생동하는 생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이번 전시에는 대형 공간을 가득 채우는 과시적 규모 대신, 절제된 공간 속에 엄선된 13점의 작품만을 내걸었다. 작품 수는 적지만 밀도는 높다.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서화의 본질을 한 점 한 점에 응축해 놓았다. 작품 세계는 자유롭고도 대담하다. 일필휘지의 직관적 운필 속에 전서와 예서, 해서·행서·초서가 서로 교차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먹빛은 한 겹으로 머물지 않고 층위를 이루며 깊이를 더하고 우주와 시간, 정신의 깊이를 상징하는 현색(玄色)으로 변주된다.대표 출품작으로는 강녕수복(康寧壽福), 백운무언(白雲無言), 만절필동(萬折必東), 송풍수월(松風水月), 무상삼매(無想三昧), 호연지기(浩然之氣) 등이 있다. 제목만으로도 동양적 사유와 정신세계를 품은 작품들로 건강과 평안, 굽이쳐도 결국 동쪽으로 흐르는 강물의 기세, 솔바람과 달빛의 청정함, 번뇌를 넘어선 고요, 세상을 꿰뚫는 넓은 기개까지 각기 다른 울림을 전한다.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예의 경계를 한층 넓힌다. 필획은 때로 문자에서 벗어나 추상이 되고 먹의 번짐과 여백은 또 다른 공간을 생성한다. 전통 서예가 지닌 엄정함과 현대미술의 자유로운 감각이 충돌하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힘은 ‘문심(文心)’으로, 정신과 사유가 스며든 글씨, 기교를 넘어 삶의 태도와 인문적 성찰을 담아내는 글씨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작가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필무묵상은 과거의 선언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나의 예술 태도”라며 “붓과 함께하는 일상, 먹을 떠나지 않는 회귀본능이 곧 삶의 궤도”라고 말한다.그래서 이번 개인전은 한 예술가가 지금 이 순간을 지나고 있는 궤적의 기록에 가까워 보인다.    최경춘 작가는 문학박사이자 한국서예학회·한국전각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평생교육원 서예 교수, 경상북도 문화재 전문위원 등으로 폭넓은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MBC가 수여한 삼일문화대상 문화예술 본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외 초대전과 개인전 6회를 통해 자신만의 서풍을 다져왔다. 학문과 창작, 교육과 문화행정을 두루 아우르는 보기 드문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국내외 기관의 작품 소장 이력도 폭넓다. 대학과 공공기관, 문화시설은 물론 해외 문화기관과 교육기관에도 그의 작품이 전해져 있다. KBS 드라마 ‘화랑’, MBC 역사다큐 등 방송 분야에서도 휘호와 자문으로 참여해 대중과의 접점도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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