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휴전 연장을 선언하면서 종전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전이 지연되는 건 이란 내부 상황 탓이 크다. 이란의 국가 지휘 체계가 온전히 일원화되지 못한 혼선이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대통령을 위시한 행정부, 의회, 사법부까지 3부 구조를 갖췄지만, 실권은 '신의 대리인'인 최고 종교 지도자에 있다. 군부 역시 정규군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이원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의 핵심 지휘관들이 잇달아 제거돼 종전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이 같은 이란 국가 지휘 체계는 이란 정부가 공식 약속을 해도 군부가 깰 것이란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등 강경 대처를 야기하는 역효과도 낳았다. 특히 인도와 같은 제3국 선박을 공격한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역봉쇄를 정당화할 명분을 제공했다. 외교 신인도 하락과 국제적 고립도 자초하고 있다. 이란의 엇갈린 목소리와 불안정한 행보는 무엇보다 협상에서 유의미한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키웠다.이란은 국가 권력이 이원화되고 온건파와 강경파가 내부에서 충돌하는 데다, 급조된 새 지휘부가 일선의 강경파 영관급 장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권력 진공 현상마저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패망 직전의 일본 군국주의의 데자뷔 같다. 미국의 도쿄 대공습과 두 차례 원폭 투하로 일본은 항거 불능 상태에 몰렸지만, 군부 강경파는 항복하더라도 천황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결사 항전을 고집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종전 협상 성패는 미국의 의지보다 협상파 행정부와 강경파 군부가 맞선 이란의 내분 양상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달린 형국이다. 이란 정부는 유정 파괴 시 실질적인 국가 붕괴를 우려하고 있지만, 혁명수비대는 유정 상실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체제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신정체제 붕괴 시 막대한 이권 상실은 물론 혁명수비대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급변하는 이란 정세 속 파워 게임에서 정부가 군부를 적절히 누를 수 있을지가 유정이 불타는 파국을 막아낼 관건이 될 듯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