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있다. 그러나 오늘의 경북교육 현실은 차갑다. 아이들이 북적여야 할 교실은 비어가고, 학교의 종소리는 곳곳에서 멈추고 있다. 통계는 우리가 마주한 위기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1년 사이 경북에서만 35개 학교가 문을 닫거나 통합되었으며, 313개의 학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26년 기준 경북 전체 학생 수는 25만 6,017명으로, 단 1년 만에 1만 1,171명(4.2%)이 급감했다. 전남과 더불어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경북은 구미와 경산을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이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속도다. 2020년 대비 2035년 학령인구 감소 예측치는 34.38%로, 전국 평균인 29.94%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경북교육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먼저, 그리고 더 강력한 '구조적 쓰나미'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더해 'AI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이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든 학생에게 천편일률적인 진도와 정답을 요구하던 근대 교육의 관성은 폐기되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교육행정은 AI 교수학습 플랫폼을 적극 도입해 개별 학생의 수준과 특성에 최적화된 개별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데이터가 학생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AI가 학습 경로를 도와주는 시스템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이 있다. AI가 교육의 수단으로서 현장을 혁신하더라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온전한 인간'을 길러내는 데 있다. 기술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할수록, 역설적으로 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윤리, 공감, 비판적 사고, 민주적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 자립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는 존 듀이의 실용주의 교육철학이 중요한 만큼, 장 자크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철학은 더욱 중요하다. 기술 문명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인성을 보존하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돕는 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교육행정이 기능적인 효율성에만 매몰된다면, 우리는 도덕성과 사회성이 결여된 '지능적 기계'를 양성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메마른 경쟁과 약육강식만이 난무하는 황폐한 사회일 뿐이다.
특히 경북교육은 지역의 자부심인 '선비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교육의 중심가치로 세워야 한다. 선비정신의 핵심은 높은 도덕적 품격과 윤리성에 있다. 그러나 최근 경북 교육행정 리더십에서 들려오는 도덕성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행정 리더십의 엄격한 윤리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혁신 정책도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교육이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무상교육복지 확대,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 생태계 조성, 지역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육, 해외학교와의 실시간 공동수업, 유보통합과 늘봄학교의 질적 확대 등을 통해 수준 높은 경북교육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 모든 미시적 과제들을 관통하는 힘은 결국 '교육철학의 대전환'에서 나온다. 변화와 혁신은 단순히 최신 태블릿 PC를 보급하는 기술적 진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이 한 인간을 행복한 인격체로 길러내는 숭고한 과정임을 재확인하고, 그 철학적 토대 위에서 교육행정의 대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북교육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인구 절벽의 파고를 넘고 AI대전환 시대의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교육의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경북교육의 새 출발은 도덕적 행정 리더십을 바로 세우고 교육 본질로의 회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