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머지않아 전국 요지마다 선거 현수막들이 숲을 이루게 된다. 선거철마다 홍보용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리며 '현수막 공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와 벌써부터 현수막 피로감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나 저속한 표현으로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경우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한다. 소방시설 앞 등 금지된 장소에 설치하거나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는 규정 위반이기도 하다. 현수막은 유동 인구가 많고 잘 보이는 곳에 내걸리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시각적 선택권을 박탈당하기 일쑤다. 명함이나 인쇄물은 받은 뒤 버리기라도 할 수 있지만, 현수막은 싫건 좋건 볼 수 밖에 없어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로부터 '시각적 폭력'이라는 지탄까지 받는다. 환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수막은 대부분 PVC(폴리염화비닐)로 만든다. 사용한 현수막을 수거한 뒤에는 재활용이 어려워 상당수가 매립이나 소각 처리된다. PVC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서 소각할 때는 유독 가스가 나온다. '탄소 중립 선거'와도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이처럼 '국민적 불편'을 끼치는 현수막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후보들의 현장 유세, 공보, 벽보, 광고, 방송, 문자 등과 함께 공직선거법에 보장된 정당한 선거운동이며 자신을 알리는 유용한 홍보 수단이다. 그렇다고 불편을 마냥 감수할 수는 없다. 기존 방식의 관리는 철저히 하되, 아날로그형을 최소화하고 디지털형을 늘려야 한다. 다중이용 편의시설이나 교통편에 설치된 디지털 장치를 활용하거나 지정 게시대를 디지털화 함으로써 현수막을 대체하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도입도 검토해 볼 때다.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선거운동을 돕는 로봇도 등장하고 선거사무에 활용된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전환(DX)에 직면한 지 얼마 안 돼 AI 전환(AX) 시대를 맞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 유권자의 불편을 덜면서도 올바른 선택을 돕는 효과적인 대안 마련에도 속도가 필요하다.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인 현수막 숲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AX 시대의 정치 선진화로 가는 첫걸음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