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란 말이 유행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웰다잉'(well-dying)이 조명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김 할머니 존엄사 소송 논란'을 계기로 약 10년 만에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에선 혼선과 허점이 많다. 건강할 때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놓았어도 막상 응급이나 시한부 상황에선 의료진은 같은 질문을 다시 물어보고 가족 동의도 구해야 하는 현실이다. 연명의료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우선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환자 자기결정권을 충실히 보장하도록 개선돼야 한다. 본인이 의사를 법적 서류로 분명히 했는데도 현실에서 온전히 효력을 갖지 못하는 건 이상하다. 의향서의 구체성부터 강화해야 한다. 삽관, 항암, 투석 등 개별 처치를 받을 건지 미리 구체적 의사를 밝혀놓아야 혼선을 막는다. 작성 단계에서 의료인이 참여해 전문적 조언을 주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의식 없을 상황을 대비해 의향서에 명시한 자기 의사를 가족들에게도 꼭 미리 알려놔야 한다.주요 선진국처럼 '의료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환자가 의식이 없을 시 미리 지정해놓은 대리인이 가족 대신 환자 본인과 같은 지위에서 의사를 대변해주는 방식이다. 법적 위임과 전문 교육을 받은 대리인이 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단계부터 참관하도록 하면 유사시 위임자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 의료인 역시 법정 대리인으로부터 의사를 전달받으면 소송 등 위험을 걱정하지 않고 불필요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어쩌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존엄보다 가족과 의료진의 심리적 안도나 책임 회피에 방점이 찍힌 구조일지 모른다. 병상에 누워 링거를 꽂은 노인들에게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묻는 의사나 가족을 보긴 어렵다. 요즘엔 자연사, 존엄사를 옹호하는 의료인들도 있다. 그들은 영양 공급 중단까지도 환자 자기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은 삶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삶의 일부다. 그래서 삶을 마무리하는 무대는 그 '삶의 주인'이 누구보다 더 존중받아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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