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려던 헌법 개정 시도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은 정치권의 '개헌쇼'에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해 국민 총의를 물을 수 있도록 한 헌법 절차이다. 정부 수립 이후 6차례 치러졌으며, 정부 신임을 물었던 한 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개헌을 위한 투표였다.이번 개헌안은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 번에 모든 이슈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단계적 개헌을 위한 첫걸음을 떼려던 것이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아 개헌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개헌을 추진하던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독단적인 개헌 추진을 탓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개헌을 기대하던 국민들에 사과하는 대신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개헌선에는 못 미치는 여당이 제1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밀어붙이려다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의 주도권을 쥔 여당으로서 끝내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정치력 부족을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이라며 반대 당론을 고수했지만,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 정치적 복귀'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마당에 반대한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를 비롯한 로드맵과 쟁점 논의 구조를 갖추고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서 공론화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당정청 공동특위같은 실질적 힘이 실린 구조가 필요하다. 한반도 주변을 비롯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거대한 회오리를 몰고 올 수 있는 개헌 논의를 위한 시간이 충분할지도 미지수다. 네탓 공방 대신 새로운 기회 포착에 나설 때다. 개헌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설계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