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 전에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만난 김인재 박사는 인터뷰 도중 이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가 최근 출원해 공개한 생체 리듬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 ‘RII(Rhythm Integrated Index, 알투아이)’가 새로운 공공형 생명 안전망으로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 건강관리 앱이 아니다. 인간의 몸이 보내는 미세한 이상 신호를 읽어 돌연사와 고독사, 급성 위험 상황을 사전(30분 전)에 감지하는 ‘생체 예보 시스템’이다.
 
시스템 ‘RII'는 김 박사가 지난 8년 동안 몸으로 기록한 2만km가 넘는 운동 데이터와 지구 거리의 50%를 넘는 이동 기록, 그리고 에베레스트 12회 등반 높이에 해당하는 트레킹 데이터가 응축된 결론이다. 이러한 결론은 김 박사가 새로운 공공형 생명 안전망 구축 가능성을 제시하며 내비치는 강한 자신감의 이유다. 
 
수년간 실외 걷기와 라이딩, 트레킹을 지속하며 자신의 몸을 직접 기록해온 김 박사는 인간의 몸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리듬의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활동량과 이동 거리, 운동 시간, 심박 변화 등 장기간 누적된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위험 상황 이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미세한 전조 흐름을 발견했고 이는 결국 RII 개발의 출발점이 됐다.그는 “기상예보가 비를 미리 알려주듯 RII는 생체 리듬의 균열을 조기에 읽어 위험 이전 단계에서 대응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웨어러블 기반 건강관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는 “예측과 예보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라고 강조했다.“기존 기술은 심박수나 수면 데이터를 측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만, RII는 각각의 데이터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흐름으로 변하는지를 읽어냅니다. 사람 몸은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습니다. 심박, 체온, 스트레스, 수면, 활동량 등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하지만 어느 순간 박자가 어긋나면 위험 신호가 나타납니다”RII는 안정시 심박수(HR), 심박변이도(HRV), 수면 리듬, 스트레스 지수, 활동량, 체온 등 6대 생체 지표를 통합 분석한다. 핵심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위상(Phase)’ 변화 분석이다.예를 들어 활동량은 거의 없는데 심박수만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거나 수면 패턴과 스트레스 흐름이 맞지 않는 상태를 ‘위상 이탈’로 판단해 위험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김 박사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심박수만 180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몸 어딘가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라며 “RII는 이런 생체 리듬의 불협화음을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존 웨어러블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RII 전용 미세 생체 신호’ 개념을 핵심 보조지표로 통합했다는 점도 강조했다.“인체는 복합적인 생체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RII는 기존 데이터에 담기지 않는 독창적인 미세 생체 흐름까지 분석해 보다 정밀한 조기 경보를 시도합니다”
 
그가 말하는 RII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넘어선 ‘공공형 생명 안전망’ 구축이다. 그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고독사와 돌연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매년 약 4만 명 가까운 생명이 고독사와 돌연사로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선진 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생명을 아무런 보호 없이 잃고 있는 현실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RII가 상용화될 경우 위험 징후 발생 시 가족이나 이웃, 보호센터, 지역 관리체계 등에 우선 경고를 보내고 필요하면 119와 연동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김 박사는 “실제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경보를 해제하면 되지만 만약 위급 상황이라면 그 30분, 1시간의 골든타임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론이 아닌 ‘직접 몸으로 검증한 데이터’에 있다.김 박사는 지난 8년간 라이딩과 걷기, 트레킹, 슬로조깅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장기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누적 운동 기록은 2만902km에 달한다. 이는 지구 둘레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며 누적 트레킹 고도는 에베레스트 12회 등반 높이를 넘어선다. 그는 웃으며 “제 몸 자체가 하나의 실증 연구소였다”고 말했다.현재 RII는 각종 기관 등과 협력해 파일럿 실증을 준비 중이다. 김 박사는 “약 4주~9주 정도의 기초 데이터만 확보돼도 일정 수준의 패턴 분석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향후 데이터 규모를 확대해 신뢰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RII의 활용 가능성을 노인 복지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청소년 정신건강과 성장 리듬 관리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주변의 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을 지켜보며 몸의 리듬과 마음의 균형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아이들의 스트레스와 수면 패턴, 심박 변화는 생각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몸의 리듬이 무너지면 결국 마음의 균형도 흔들립니다. RII는 장기적으로 이런 영역까지 분석 가능한 구조입니다”김 박사는 급격한 자동화 사회 속 운동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걷기와 근력운동, 영양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항노화가 가능하다”며 “앞으로는 온디바이스 AI 기반 개인 맞춤 운동 처방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인터뷰 말미 그는 이번 특허와 연구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RII는 ‘사후 처리 중심 복지를 사전 예방 중심 복지’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기술의 목적은 결국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구나 적용 가능한 생체 리듬 관리 기준을 제안하는 이 기술이 경주에서 시작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공공 복지 표준모델로 확산되기를 바랍니다”초야에 묻혀 있던 한 연구자가 오랜 시간 자신의 몸을 실험실 삼아 축적한 기록. 그 데이터는 이제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체 리듬 안전망’으로 확장되고 있다.김인재 박사는 체육학 박사이자 바디 디자이너로 운동·웰니스·생체 리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생체 리듬 기반 조기 예보 시스템 RII를 개발 중이며 고령사회 대응형 공공 생명안전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