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금관은 천년 왕국의 권위와 지배의 상징이었다. 오늘날에는 명품 브랜드가 또 다른 권력의 기호처럼 소비된다.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윤경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 왕권의 상징과 현대 소비사회의 욕망 구조를 연결하며 인간이 왜 특정 사물에 지위와 욕망을 투영하는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오는 24일까지 라우갤러리(대표 송 휘)에서 열리는 윤경희 개인전 ‘Simulation of Desire; 명품백의 기호학적 재해석’은 신라 금관과 명품백을 결합한 회화 작업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소비와 권력, 계층과 욕망의 관계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탐색한다. 대표작은 명품백의 체인을 신라 금관의 수지형 장식으로 변형한 작품이다. 보랏빛 화면 위에 놓인 명품백과 금빛 장식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과거 왕권의 상징이 오늘날에는 소비의 기호로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화면 속 반복되는 문양 역시 신라 유물의 흔적과 명품 브랜드 패턴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며 역사와 소비문화의 경계를 허문다.윤 작가는 이를 통해 소비가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사회적 의미와 계층적 욕망을 드러내는 체계가 됐을 이야기한다. 특히 명품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대적 현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또 다른 연작에서는 청바지 캔버스 위에 명품백을 재현했다. 노동과 일상, 대중성을 상징하는 청바지 위에 고급 소비의 상징을 얹어놓음으로써 욕망의 간극과 현대 소비문화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누구나 이미지로는 소유할 수 있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라는 점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성도 윤경희 작업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천년 신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 속에서 활동해온 그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현대 소비문화와 연결하며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전통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충돌시키며 동시대적 새로운 시각적 담론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윤경희 작가는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자인미술학과 회화전공 출신으로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장려상, 영남미술대전 특별상, 신라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과 포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도 출강 중이다.화려한 소비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기호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번 전시에는 3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