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할 때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말만큼 정직하면서도 야속한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죽어라 굶어도 체중계 바늘이 요지부동이라면 혹시 내 몸속 통역사가 식단을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최근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칼로리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에게 전달되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내 몸속에 자리 잡은 작은 생태계가 이 메시지를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살이 빠질지 말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입니다.보통 지방이라고 하면 다 같은 덩어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에너지를 저장만 하는 백색 지방이 있는가 하면 칼로리를 태워 열을 내는 갈색 지방이나 베이지 지방도 있습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이 게으른 백색 지방을 부지런한 베이지 지방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추운 환경에 노출되거나 특정 호르몬이 분비될 때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까지는 알려져 있었지만 장내 미생물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이 과정에 개입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이번 연구를 통해 그 비밀스러운 연결고리가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단백질이 매우 적은 식단을 먹었을 때 백색 지방이 베이지 지방으로 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장내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서는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음식이라는 재료가 있어도 이를 몸에 전달해 줄 장내세균이라는 요리사가 없으면 대사 변화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는 셈입니다. 단순히 미생물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세균이 팀을 이뤄 정교한 신호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진 핵심입니다.구체적인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치 잘 짜인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일부 세균은 암모니아를 만들어 간에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간에서 대사 호르몬인 FGF21을 더 많이 분비하게 됩니다.    동시에 다른 세균은 담즙산을 변형시켜 지방 조직의 수용체를 직접 자극합니다. 이 두 가지 신호가 동시에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지방세포는 저장 모드를 끄고 연소 모드를 켜게 됩니다. 여러 미생물이 역할을 분담해 하나의 생리 반응을 완성하는 과정이 참으로 놀랍습니다.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 몸의 대사는 단순히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과 소화기관의 기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장내 미생물이라는 또 하나의 층이 우리가 먹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지방의 운명이 갈립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 속 생태계 구성에 따라 어떤 이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태우고 어떤 이는 고스란히 저장하게 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합니다. 음식 그 자체보다 그 음식을 대하는 미생물의 태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살이 찌고 빠지는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단순한 칼로리 계산기로만 설명하려는 시도는 이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몸속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간, 지방 조직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에너지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는 단순한 영양소 섭취가 아니라 내 몸속 미생물 군단에게 보내는 명령서와 같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장 속 미생물은 당신의 식단을 어떻게 번역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과학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지만 결국 답은 우리 몸속 작은 생태계와의 조화 속에 숨어 있습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 현악 4중주 제13번 내림나장조 작품번호 130입니다. 베토벤의 마지막 시기 작품 가운데 하나이고, 골리친 공작의 위촉으로 쓰인 세 곡의 4중주 가운데 마지막 곡입니다. 1826년 1월 초에 완성했는데, 원래 마지막 악장을 나중에 새로 바꾼 사연이 있어 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초연은 1826년 3월 21일에 이루어졌고, 최종본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인 1827년 4월 22일에 다시 연주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곡에는 ‘리브’라는 별칭이 따라붙습니다. 베토벤이 스스로 ‘사랑스럽다, 친근하다’는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여러 표정이 차례로 지나가며 마음을 잡아끄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섯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옛날식으로 말하면 디베르티멘토나 모음곡처럼 여러 장면을 이어 붙인 느낌도 납니다. 한 곡 안에 짧은 소품들이 여럿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클래식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아, 분위기가 또 바뀌네” 하며 따라가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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