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식물, 두상과 손, 펭귄과 거북, 그리고 온실과 화병까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미지들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한다. 현실의 풍경 같기도 하고 꿈속 장면 같기도 한 이 낯선 정원은 동양화의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변주해온 젊은 작가 이지원의 내면 풍경이다. 
 
밝고 선명한 색채 속에서도 어딘가 고요한 사색의 기운이 감도는 그의 작업은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람객을 ‘마음속 산수’로 이끈다.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갤러리청애는 오는 6월 14일까지 이지원 작가 초대 개인전 '내면의 산수 — 경계 위에 피어난 정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꽃과 식물, 두상, 손, 거북, 펭귄, 온실 등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과 내면, 동양적 산수와 현대적 정물의 경계를 탐색해온 작가의 회화 세계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전통적인 먹 대신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를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 익숙한 재료와 형식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여전히 동양 산수화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화면 속 산과 나무, 물의 형상은 실제 존재하는 자연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속에 머무는 심리적 풍경이다. 기억과 상상, 현실과 꿈이 한데 겹쳐진 화면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든다.이번 전시 제목인 '내면의 산수' 역시 이러한 작업 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산수는 마음속에 피어나는 또 하나의 정원으로, 얼굴 위로 꽃이 피어나고 손끝에서 생명이 이어지며 펭귄은 낯선 식물들 사이에서 고요히 자리를 잡는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이미지들이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면서 새로운 감정의 공간을 만들어낸다.작가는 “우리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길 때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여 흐르듯 제 작업 또한 그 모호한 경계 어딘가의 풍경을 그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반복적으로 붓질을 겹치고 물감을 쌓아 올리는 작업은 복잡한 감정을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행위와도 닮아 있다. 또렷하게 드러나는 장면과 안개처럼 흐릿한 이미지들이 교차하는 이유 역시 내면의 감정 층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현실을 잠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현실을 보다 부드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감정이 함께 스며 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진실한 내면의 장소로 다가온다.갤러리 청애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지원 작가 특유의 회화 세계를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이지원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동양화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는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전공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전통 동양화의 정신성과 현대 회화의 감각을 접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기억의 결, 시간의 색'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고 '2022 달서아트센터 신진 작가'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