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돈을 받고 남의 집 현관에 오물을 뿌리거나 벽에 욕설 낙서를 하는 '보복 대행'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인분 45만 원, 소변 15만 원, 비방 유인물 50만 원' 등 가격표까지 버젓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복 대행 조직이 배달의민족 외주업체에 위장 취업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빼낸 정황도 포착됐다. 복수는 이제 가격표가 붙고 역할이 나눠진 범죄 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문은 텔레그램으로, 결제는 가상화폐로 한다. 의뢰인·지시자·모집책·실행자는 서로 비대면으로 연결된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키듯 범죄를 주문하는 시대가 됐다.그 기저엔 '사법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학교폭력·성범죄·투자 사기 피해자들은 "가해자는 멀쩡히 사는데 내 삶만 망가졌다"는 좌절감에 휩싸인다. 드라마 ‘모범택시’나 ‘더 글로리’의 주인공들이 복수를 완성할 때 시청자들은 청량감을 느낀다. 조두순을 폭행한 20대 남성에게 '후원 계좌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쏟아지는 장면은 대중의 응징 심리를 드러낸다. 드라마 속 '사이다 복수'의 쾌감이 사적 제재에 대한 심리적 관용으로 이어질 때 디지털교도소(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불법 사적 제재 사이트)와 신상 털기, 복수 대행 같은 음지 산업이 움튼다.더 심각한 문제는 '폭력의 외주화'다. 과거 사적 복수는 피해자의 분노·원한이 직접 표출되는 형태였다. 그러나 현재 보복 대행은 돈으로 폭력을 주문하는 청부 범죄에 가깝다. 섬뜩한 것은 보복 대행이 억울한 피해자만을 고객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사기 피해자가 가해자 계좌를 동결하자 오히려 인분 테러를 당한 사례도 있다. 일본의 '야미바이토(어둠의 아르바이트)'가 그랬듯, 소소한 보복 심부름이 폭력·살인으로 진화할 수 있다. 법이 미흡하다고 개인이 직접 응징에 나서면, 힘센 자만 살아남게 된다. 토머스 홉스가 경고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범죄 피해 복구 시스템이 부실하며, 공권력이 늦고 무능하다는 인식이 누적될수록 사람들은 비공식적 정의를 찾게 된다. 따라서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법적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복수를 파는 자들이 활개 치는 사회는 공적 정의가 제값을 하지 못하는 사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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