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오길비는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당신의 아내다"라고 했다. 소비자는 광고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광고 문구 뒤에 숨은 시대의 감정과 기업의 감수성까지 읽어낸다는 의미다. 실제로 광고 한 편이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드라마 한 장면이 수백억 원의 프로젝트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과거엔 "실수"로 넘겼던 일이 이제는 브랜드와 기업의 명운을 가른다.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이었다. 이 회사는 탱크 텀블러 세트를 팔면서 날짜 '5/18'을 굵게 내걸었다. 1980년 광주에 진군한 계엄군 탱크가 겹쳤다. 광고 문구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언과 포개졌다. 논란이 일자 회사는 문구를 수정했다. 치명적 오판이었다. 대중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AFP·로이터·가디언 등 외신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벤트 하나가 국제적인 브랜드 리스크로 번진 셈이다.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파문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유·변우석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하던 중 11회 즉위식 장면이 논란을 불렀다. 신하들이 '만세' 대신 '천세'를 외치고, 왕이 쓴 관이 '십이면류관'이 아닌 '구류면류관'인 게 문제가 됐다. 천세와 구류면류관은 전통적으로 중국 황제 아래 제후국 체계를 상징한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제작진은 "가상 세계관"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은 현실의 역사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판타지라도 역사적 상징을 차용하는 순간 현실의 검증을 피할 수 없다. 식민지 경험과 국가 폭력, 주변국의 역사 왜곡 등은 한국 사회에선 민감한 집단 기억들이다. 광고든 드라마든 "재미있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기업도 제작진도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논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은 기술·자본에서만 확보되는 게 아니다. 대중의 기억과 감수성을 얼마나 섬세하게 이해하느냐도 중요하다. 그것이 문화 콘텐츠의 진짜 경쟁력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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