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이 공동으로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 ‘신라, 황금과 신성(Silla: l’Or et le Sacré)’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공식 개막됐다.
 
프랑스 파리의 심장부에서 신라 문화의 찬란한 미학과 정신세계가 유럽 사회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해외 문화교류를 넘어 한국 고대문명의 정수인 신라를 유럽 무대에서 독자적으로 조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333점의 문화유산이 대거 공개되며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예술, 국제성, 정신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신라 특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문화예술계와 언론 역시 '동아시아 고대문명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번 특별전은 오는 8월 31일까지 기메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이어진다. 전시 공간은 총 680㎡ 규모로 구성됐다. 전시는 신라의 건국과 성장, 삼국통일, 그리고 천년 왕국의 문화적 완성에 이르는 흐름을 시간의 축에 따라 보여준다. 신라인들의 세계관과 종교, 국제교류, 예술 감각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출품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국보 9건과 보물 10건을 포함해 모두 148건 333점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국립경주박물관이 금관 등 130건 314점을 출품하며 전시의 중심축을 맡았다. 여기에 리움미술관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힘을 보탰고, 프랑스 측에서는 기메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 콜레주 드 프랑스 등이 소장 유물을 출품하며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다.전시장 입구에서는 신라 황금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보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정교한 세공기술과 화려한 조형미는 신라 왕실 문화의 위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신라의 국제성과 개방성을 보여주는 유물들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황금 보검과 로만글라스는 신라가 동서 문명 교류의 중요한 거점이었음을 입증하는 대표적 자료다. 실크로드를 통해 이어진 교역과 문화 교류의 흔적은 '신라는 세계와 연결된 해양·문화국가였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증명한다.이번 전시의 또 다른 핵심은 불교문화다. 신라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불상과 조각품들이 대거 소개되며 통일신라 예술의 정신성과 아름다움을 전한다. 특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신라 승려 혜초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 공개는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모았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통일신라 불교예술의 정점인 석굴암이 정교하게 재현됐다. 은은한 조명 속에 구현된 석굴암 공간은 명상적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개막 전부터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 18일 열린 VIP 개막식에는 야닉 린츠 기메박물관장과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 김병준 주프랑스 대사 대리 등 양국 문화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어 19일 열린 언론공개회에도 프랑스 주요 언론과 한국 특파원 등 30여 명이 몰리며 높은 취재 열기를 보였다.이번 전시는 단순한 문화재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불 수교 140주년이라는 외교적 상징성 위에 한국 고대문명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각인시키는 문화외교의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라라는 단일 문명을 독립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유산 국제전시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