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달라지면서 자녀 양육의 주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육아는 어머니의 몫이라는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자녀 양육의 주체에 대해 기존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나타난 조사 결과를 접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34.12%로, '동의한다'(33.83%)보다 0.29%포인트 앞섰다. 73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05%를 차지했다.해당 항목이 조사에 처음 포함돼 공개된 것은 2007년이었다. 통계로만 보면, 거의 20년 만에 결과치가 크게 바뀌었다. 당시엔 어린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64.7%가 동의했다. 이번 조사만 봐도, 인식 변화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는 어머니만이 자녀 양육의 주체라는 의견에 반대하는 인식이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여성에게 집중된 자녀 돌봄 구조에 대한 인식의 극적인 변화를 드러낸다. 또한,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남성의 육아 참여는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지난해 일·가정 양립제도의 혜택을 받은 수급자 중에서 남성 육아휴직자는 6만7196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36.4%를 차지해 역대 최다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손자녀를 보살펴줘야 하거나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선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자녀의 사정상 손자녀를 돌봐줘야 하는 '비자발적 돌봄' 경험자가 53.3%에 달했다. 여성의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성평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 결과'를 보면, 여러 영역 중 돌봄 영역의 성평등 수준은 아직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함께 유연근무제 등 제도의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육아와 관련된 정책 영역은 의료, 주택, 교육, 노동, 복지, 성평등 등으로 매우 광범위하다.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이들 영역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이뤄지길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