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일이 있어 KTX 기차를 타려고 경주역으로 갔습니다. 플랫폼으로 올라가 기차를 기다리자니 평일임에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플랫폼이 붐빈다는 느낌이 듭니다. 외국인이 부쩍 많아져서 그런가 싶기도 하더군요.    어린 자녀들을 대동하고 여행 온 가족도 있고 커플로 온 이들도 있지만 홀로 여행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 보입니다. 때 맞춰 도착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랗고 붉고 하얀 꽃들도 눈을 즐겁게 하거니와 신록을 지나 녹음으로 성장하고 있는 풀과 나무의 푸르름에 눈이 편안합니다. 종착역인 서울역에 내렸습니다. 이럴 수가! 플랫폼에서 역사 대합실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외국인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가는 단체 여행객도 있군요. 요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부쩍 늘었다고 하더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또 다른 단체 여행팀에는 머리에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도 몇 명 눈에 띄었습니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거나 배낭을 메고 인파에 섞여 이동해가는 저들 외국인 여행객들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기더군요.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코리아라는 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지금에 비하면 많이 낮았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외국인이 많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안다 하더라도 남북이 이념으로 분단되어 전쟁을 치렀고 그 여파로 아직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나라로만 아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보릿고개를 겪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상처에 생긴 딱지처럼 마음 저 아래에 각인되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의 선두 그룹에 든다는 자료를 접하면서도 내 마음은 반신반의하고 있더군요.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룬 성취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격지심이라는 못난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실감합니다. 작년 한 해 미국을 휩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이, BTS 콘서트를 유치하려는 외국의 극찬과 환대가, APEC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에 알려진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움과 오랜 전통이 빚은 문화가 외국인 관광객을 우리나라로 이끄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가슴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유럽 여행을 경험한 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불편함은 화장실 사용이 수월하지 않다는 점일 것입니다. 유료로 운영하는 화장실에 동전을 치르고 들어가도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만큼 깨끗하지도 않고요.    그런가하면 미국의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팁’이란 것이 당황스럽습니다. 음식값도 저렴하지 않은데다가 그것의 15%나 20% 정도 되는 팁까지 붙으면 무시할 수 없는 액수가 되니 나처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객은 주로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햄버거나 그 비슷한 것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좋은 점으로 깨끗한 화장실, 팁 없는 식당 문화, 편리한 대중교통, 안전함 등을 언급한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서울을 여행지로 선택한 외국인들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과 달리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도 이제는 달랑 서울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 도시를 다음 여행지로 선택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이가 늘어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지방을 여행할 경우 도시간 이동 수단으로는 기차, 시외버스, 고속버스, 국제공항까지 오가는 리무진 버스 등 다양하여 큰 불편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소도시나 시골 지역의 시내 대중교통은 운행 노선, 운행 간격을 보완해서 손볼 필요가 있겠지요. 어느 나라건 사람이든 돈이든 문화든 수도로 몰리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치우침이 과하여 지방 소멸이라는 걱정 어린 말도 나옵니다. 그런 만큼 외국인이 지방을 여행하기가 서울에 비해서 불편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이에 각 지방 자치단체는 낯선 곳으로 오는 여행자들의 편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여 한국의 여행이 여행자에게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두어 번 환승한 후에 지상으로 올라와 보니 고층건물의 숲 가운데 서 있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서울 구경을 하다가 목적지로 갈 방향을 잃었습니다. 하릴없이 휴대전화를 꺼내어 길 안내 앱을 열고 파란색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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