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음지를 담담하고 그윽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이하석 시인이 문학과 삶에 대한 웅숭깊은 사유가 담긴 산문집 '함께 피어 서로 쬐다(모악)'를 펴냈다.
이번 신간에는 1971년에 등단해 반세기 넘게 한국 현대시의 거대한 물길을 헤쳐온 이하석 시인이 문학을 대하는 자세와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을 오롯이 담고 있다. 사소한 풍경과 사물에서도 시대의 결을 읽어내고 시간의 기억과 흔적을 사유의 언어로 전환 시키는 문장으로 시인의 내면을 묵묵히 드러낸다.
'함께 피어 서로 쬐다'에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시와 예술, 기억과 장소, 인간과 시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편편마다 스며 있다.총 4부로 구성돼 있는 이 산문집에서 이하석 시인은 자신만의 시 읽기와 문학론, 노년의 감각, 도시의 기억, 자연과 생태, 팬데믹 이후의 삶에 관한 사색의 흔적을 담백하게 기록해 놓았다.1부 '함께'는 시와 시인, 문학과 존재의 의미를 짚어본다. 2부 '피어'는 계절과 자연, 생명의 움직임 속에서 인간 삶의 결을 읽어낸다. 3부 '서로'는 사라져가는 장소의 기억과 공동체의 감각, 문학과 시대를 자세히 살펴본다. 4부 '쬐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간 사회의 변화와 생태적 위기를 이야기한다.'가난과 연민, 고요한 슬픔의 세계'로 아우를수 있는 '함께 피어 서로 쬐다'에는 이하석 시인의 깊은 사유와 단정한 문장이 담긴 152편의 산문이 수록됐다. '백석'은 가난과 연민, 고요한 슬픔을 통해 백석 문학의 본질을 탐색하고 '이장희'와 '적'은 한국 현대시의 감수성과 윤리의식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짚는다.또 '폐허의 미학'은 전쟁과 기억, 인간 존재를 성찰하며 '향촌동 랩소디'는 대구 향촌동 문화예술 공간의 기억을 복원한다. '큰금계국'과 '산불'은 생태계 교란과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며 생태적 윤리를 강조한다.'느린 우체통', '이야기 할매', '가을꽃 앞에서'는 기다림과 공동체, 삶의 회복력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마스크', '백신', '비대면' 등은 코로나19 이후의 고립과 연대를 성찰한다.
이하석 시인은 지역의 기억과 장소성을 꾸준히 문학으로 복원해온 작가로, 이번 책에서는 생태와 공동체, 재난과 인간의 윤리까지 사유의 폭을 넓혔다. 그래서 서로를 비추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산문집으로 읽힌다.안도현 시인은 추천사에서 “팬데믹의 시간을 통과하며 인간과 세계를 성찰한 기록”이라며 "절제와 대상과의 거리 두기가 그의 시였듯이 산문 문장 또한 낮고 단아해, ‘고요 그대로 나인 상태’를 사유의 종착지로 사유한 글들"이라고 전했다. 
 
이하석 시인은 194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197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투명한 속', '우리 낯선 사람들',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기억의 미래', '해월, 길노래'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광협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