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쳐도 괜찮다. 실패한 시도는 없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장 줄리앙(Jean Jullien)이 경주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미술관에서 직접 3일간 작업한 90여 점의 드로잉을 공개하며 구겨진 종이와 낙서 같은 흔적들을 작품의 중심에 세운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보다 창작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예술을 놀이처럼 경험하는 새로운 공간인 우양예술교육센터의 개관과 맞물려, 이번 전시는 ‘실수조차 창작의 일부’라는 예술적 상상력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우양미술관은 내년 9월 5일까지 미술관 1층 우양예술교육센터에서 장 줄리앙 개인전 '아차차 Raté'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문을 연 우양예술교육센터의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됐다.특히 개막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장 줄리앙이 직접 경주를 찾아 전시 프리뷰 행사와 작가 사인회를 진행하며 관람객들과 만났다. 세계적인 작가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에는 미술 애호가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관심으로 시종 북적였다. 장 줄리앙은 현대인의 일상을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풀어내는 작가다.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람들, 반복되는 일상과 사회적 풍경을 단순한 선과 친근한 캐릭터로 표현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드로잉과 회화, 조각, 설치, 애니메이션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다.국내에서도 그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더 갤럭시 언폴더스(The Galaxy Unfolders)’ 팝업 프로젝트는 개막 보름 만에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화제를 모았다. 종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활용해 첨단 기술과 예술을 연결한 그의 작업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제목에 집약됐다. ‘Raté’는 프랑스어로 ‘실패’ 또는 ‘실패한 시도’를 뜻한다. 그러나 장 줄리앙은 이 단어를 좌절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시도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낸다.전시장 곳곳에 등장하는 구겨진 종이 형상의 조형물들은 이러한 철학을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버려질 운명의 종이는 그의 손을 거쳐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작가는 실패작이나 미완성이라고 여겨지는 것들 속에서도 창조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전시는 총 86점의 회화와 7점의 설치 작품으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가 미술관 현장에서 직접 3일 동안 작업한 90여 점의 드로잉이다. 완성품 뒤에 가려졌던 생각의 흐름과 손의 움직임, 시행착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관람객들은 창작의 생생한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전시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상상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구겨진 종이 형태의 대형 패널과 조각들이 자유롭게 배치돼 있으며, 마치 누군가의 작업실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높이 4.5m에 달하는 대형 조각 ‘페이퍼 보이(Paper Boy)’는 드로잉과 상상, 그리고 무수한 아이디어가 뒤섞인 창작의 풍경을 압도적인 규모로 보여준다.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예술교육과의 긴밀한 결합에 있다. 우양예술교육센터는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까지 예술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탐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따라서 개관전 역시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하는 장 줄리앙의 작품 세계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상설 무료 프로그램인 ‘Draw Your Paper Boy’에서는 전시의 대표 캐릭터를 직접 그려볼 수 있으며, ‘아차차 Raté 비행기’ 프로그램에서는 드로잉 워크시트를 완성한 뒤 종이비행기로 접어 전시장 안에서 날려보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Draw, Crumple, Build’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어린이들은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를 관람한 뒤 작품 속 이야기를 상상하고 확장해 나가며 자신만의 ‘페이퍼 보이’를 입체 조형물로 완성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고, 구기고, 찢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창작 행위가 되는 셈이다.또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전문 큐레이터의 교육을 받은 뒤 실제 전시 해설사로 활동하며 예술을 보다 능동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장 줄리앙과 우양미술관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23년 우양미술관 초대전 '줄리앙: 여전히, 거기'를 통해 경주 관람객들과 만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친근한 상상력과 우양미술관의 교육 철학이 더욱 깊게 결합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장 줄리앙은 우양미술관에서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조차 또 다른 상상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며 가장 인간적인 예술의 본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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