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없는 선거는 선거 사상 6·3 지방선거가 처음이다. 우리는 최첨단을 넘어 AI 시대에 어처구니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골이 깊어지고 있다. 투표권 행사를 침해당한 주민들은 이틀째 농성을 이어갔으나 속수무책이다.   사태의 발단은 투표일인 지난 3일 서울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어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 준비된 용지가 부족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되풀이했다.   선관위 사과에도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선관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야당 후보가 낙선했더라면 시민단체와 연대해 사태가 커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과 서울시장 재선거 실시를 주장했으나 자당의 후보가 당선되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재발 방지를 위해 선관위원장 책임하에 이번 사태의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를 방해하고 선거 불신을 자초하는 선거관리 기관이 있는 한 국민들은 제대로 주권 행사를 할 수가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서울 한복판 선거일 오후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가 멈추었다.    투표용지 공급을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투표 마감 시각 오후 6시를 한참 넘긴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진행한 기막힌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시간대는 이미 방송 3사가 출구조사에서 여당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방송을 내보내 주민들은 허탈해했다.  유권자들이 투표 종료 뒤 투표함 반출을 막아서 밤늦게까지 혼란이 빚어졌고,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전체 선거인 수에 맞춰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것은 선거 업무의 기본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선관위 투표소 관리 소홀함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2022년 대선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에서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투표용지를 담아 이송한 '소쿠리 투표' 사태가 있었다.    이 당시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사건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투표용지 없는 유령투표소는 선거부정 음모론으로 확산되기 충분하다. 선관위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사실을 선관위만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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